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57) 변호사.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를 20일 구속기소하면서 밝힌 수사 결과는 검찰의 ‘자정 의지’를 기대했던 여론의 눈높이에 못 미친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수임한 정운호씨 도박 사건 수사에서 벌어진 여러 특혜 의혹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사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씨 사건 처리 과정의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정치권 등의 특검 도입 주장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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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홍 변호사가 박성재, 최윤수에 청탁한다고 했다” 검찰은 도박 혐의로 유죄가 선고돼 구속된 정운호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에게 도박 사건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 홍 변호사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 검사한테 청탁하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홍 변호사가 실제 이들에게 로비를 했는지가 검찰이 밝혀야 할 핵심 의혹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통화추적 등을 한 결과 홍 변호사가 최윤수 차장을 두 차례 찾아갔고, 20여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차장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강력부장과 주임검사 말을 들어보니, 최 차장으로부터 엄정하게 구속 수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지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도 검찰에서 “변론 활동을 위해 최 차장을 만났는데 싸늘하게 거절당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성재 서울고검장의 경우 홍 변호사가 만난 사실도 없고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박성재 고검장은 서면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다른 기관에 대한 수사와는 달라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감사원과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씨 쪽에서 2억원을 받았는데, 검찰은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를 직접 소환해 조사했다.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청탁을 받았다는 인터뷰가 나와서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소환조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현직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청탁 정황이 구체적인 2011년 서울메트로 건과 홍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지난해 도박 사건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검찰 고위층을 불러서 조사하기는 증거 등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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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 사실로 검찰은 정씨 수사와 관련해 △2014년 11월과 2015년 2차례 무혐의 처분 △양형 부당으로 항소하고도 ‘보석 적의처리’ 의견을 낸 점 △항소심에서 구형량을 깎아준 점 등도 문제가 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두 차례 무혐의는 제보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경찰 단계에서 무혐의로 송치된 것을 반영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항소심에서 구형량을 깎아준 것도 1심 선고 뒤 정씨가 브로커 이민희(구속)씨에게 서울메트로 매장 임대 로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고,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해 브로커 한영철(구속)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 등을 진술한 정상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로부터 금품 향응을 받은 것은 수사에서 밝혀진 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몰래 변론’과 수임 축소신고 등 모두 62건에 대한 수임료 총 34억5600만원을 누락해 15억5300만원의 탈세를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가 적용됐다. 이달초 영장 청구 단계에서보다 탈세 금액이 5억여원 늘어났다.
홍 변호사가 몰래 변론을 한 사건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불법대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홍 변호사는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끝으로 퇴직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사건 수임이 불가능했던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을 후배 변호사 명의로 수임한 뒤 수임제한 시점이 끝난 뒤에 돈을 나눠 가졌다. 또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기업어음 사기 사건, 제주 카지노업체 대표 김아무개(47)씨 탈세 등도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몰래 변론을 통해 얻은 수익 중 30여억원은 홍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 업체로 흘러들어간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앞으로도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는 계좌추적 등을 통해 금품 수수 등이 없었는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