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차장검사, 수배중인 브로커 이씨와 ‘수사 상담’ 통화
검찰 “징계사유 발견 못해”…1억원 수수 혐의 검사 압수수색
검찰 “징계사유 발견 못해”…1억원 수수 혐의 검사 압수수색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관된 현직 검사를 조사하면서 본인 진술에만 의존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지역 ㅈ차장검사가 올해 초 도피 중이던 정씨의 브로커 이민희씨와 통화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징계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올 2월 말께 지명수배돼 도피 중이던 이씨는 ㅈ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이 수사를 받고 있다며 상담을 요구했다. 이에 ㅈ검사는 “자수해서 조사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ㅈ검사는 홍만표(구속) 변호사의 소개로 이씨를 알게 됐으며, 1년에 몇 차례씩 안부 전화를 하는 사이였다.
법조 로비 의혹을 받는 지명수배자와 고위직 검사 사이에 ‘부적절한 통화’가 있었지만, 검찰은 서면조사도 없이 ㅈ검사에게 전화로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ㅈ검사가 사건에 개입했거나 홍 변호사 사건 수임에 관여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다. 범죄행위나 징계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ㅈ검사는 도피 중인 이씨에 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ㅈ검사는 지난달 초 언론에 공개된 이른바 ‘이민희 녹취록’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이씨는 2014년 채무자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ㅂ○○ 차관, ㅇ○○ 수석, ㅈ○○ 검사… 이런 식으로 해서, 상대 회사를 주저앉히려 한다”고 말했다. 유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ㅈ검사는 지난달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인과 식사 때 우연히 동석해 (이민희씨를) 알게 됐고, 안면이 있는 정도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 말대로라면, ㅈ검사는 이씨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수배 중에 수사와 관련한 상담을 나눌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던 셈이다.
현 국가정보원 2차장인 최윤수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대한 수사도 부실했다. 최 전 차장은 지난해 정운호 도박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했고, 이 과정에서 정씨의 변호를 맡은 홍만표 변호사를 두 차례 만나고 여섯 차례 통화했다. 기소 때 정씨의 횡령 혐의를 빼고 정씨 보석에 찬성 의견을 내는 등 ‘수상한 수사’의 배후로 의심받았다. 게다가 검찰은 정씨로부터 ‘최 전 차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홍 변호사에게 3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고, 홍 변호사로부터도 ‘최 전 차장을 찾아가 선처를 부탁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최 전 차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한 채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면죄부를 줬다. 윗선으로 의혹이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 전 차장은 “지난해 정씨 수사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에 충실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아무개 검사의 집과 사무실을 21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검사가 뇌출혈로 실어증 증상이 있어 소지품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2014년 감사원 청탁 명목으로 정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씨는 서울메트로와 민사소송 중이었고, 재판에 도움을 받기 위해 감사원 쪽에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운호 게이트’의 경찰 연루 의혹에 대해 “문제가 될 만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 거명되는 등 의혹이 제기된 경찰관 7명에 대해 감찰 내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검찰에 통보하거나 자체적으로 조치할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현준 서영지 이승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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