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농협 회장 선거 직후부터 5개월 넘게 수사
‘정치적 의도 있나’ 뒷말…검 “원칙에 따라 수사”
‘정치적 의도 있나’ 뒷말…검 “원칙에 따라 수사”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김 회장은 올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에 개입한 의혹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남 출신 농협회장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는 뒷말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29일 “김 회장을 30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1월12일 치러진 농협회장 선거에는 김병원 전 나주농협, 이성희 낙생농협,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여섯 후보가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1위를 했지만 과반 달성에 실패해, 2위를 한 김 회장과 함께 2차 투표에 들어갔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최 후보는 당일 치러진 2차 투표 전에 ‘김병원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유권자인 대의원들에게 보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은 투표 당일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최 후보와 사전 공모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2일 최 후보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농협회장 선거가 끝난지 엿새 만인 1월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현재까지 5개월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7일에는 김 회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농협 안팎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라는 말이 나온다. 여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출신 농협회장의 존재가 선거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1998년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이 민선제로 바뀐 이후 뽑힌 첫 호남 출신 회장이다. 한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50여년 만에 첫 호남 출신 농협 회장이 선출됐는데,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문제 없다고 하지만, 검찰이 어떤 내용을 들고 있을지 몰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회장 쪽은 최 후보가 일방적으로 ‘지지 문자’를 돌렸을 뿐, 사전 모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김 회장과 최 후보가 사전에 ‘연합’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새로 당선된 농협 회장에 대한 수사이다 보니 여러 정치적 해석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심지어 수사팀 내에 호남 출신 검사가 배제됐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 안에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회장의 공소시효는 다음달 12일까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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