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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04명을 기억한다면...세월호 진실규명 ‘시효는 없다’

등록 2016-06-29 21:56수정 2016-06-30 10:08

30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 강제종료

해수부 등 노골적 비협조로 방해
여당은 ‘세금도둑론’ 펴며 힘빼기
정치 공방에 규명 작업 진척 더뎌
”특조위 종료 더 큰 상처 남길 것”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한겨레> 2014년 4월29일치 백무산 시인 <스물두 살 박지영 선장!> 중)

29일 정부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통보한 조사활동 종료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 지침대로라면 92명의 조사위원 중 20명은 30일 짐을 싸야 한다.

304명의 희생자를 포함해 온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던 참사의 진실을 듣고자 여야와 우리 사회는 힘겨운 논의 끝에 지난해 특조위를 출범시켰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1년 반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얼마나 진실을 찾아냈고 얼마나 달라졌는가. 특조위의 활동 종료는 한국 사회가 ‘세월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절망감을 확인하는 징표다.

“쓸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의 칼”, “마지막 동아줄”.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장훈씨와 김광배씨는 특조위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2014년 11월7일, 참사 205일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뒤 특조위는 ‘세금 도둑’ 등으로 대표되는 예산, 활동 기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옴짝달싹 못했다.

특조위 구성이 시작된 2015년 1월부터 조직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며 ‘세금 도둑’ 발언이 나왔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조류독감 등에 비유하며 ‘대형 참사’를 ‘사고’로 축소했다. 이는 “(특조위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느냐 하는 것은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런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잘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는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맞닿아 있다.

현 정권이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진상규명 활동의 특성상 예상됐던 대목이지만,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조사 문제를 두고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사퇴하고 공공연히 ‘특조위 해체’ 주장을 하는 등 ‘정치적 흔들기’도 계속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한 ‘막말’로 공방의 빌미를 주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했다.

지루한 공방 속에 정작 참사 원인과 관련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특조위가 시작되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될 줄 알았다”던 유족들의 속은 썩어갔고, 정치권의 공방은 국민들 사이 피로감을 번지게 했다.

이승욱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 원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충격과 두려움, 분노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10명 중 2명꼴로 ‘언제까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느냐’고 말하는 이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다는 것으로 그저 ‘잊지 않겠다’ 다짐할 뿐, 분노와 슬픔이 화석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 원인을 밝혀줄 가장 중요한 단서인 세월호 인양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규정대로 하자”며 30일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특조위의 조사 대상 230여건의 조사진행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적 참사의 진상규명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스웨덴의 경우 1994년 에스토니아호 발트해 침몰 사건 뒤 20년이 넘게 참사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 대책을 만들어갔고, 영국에선 1989년 발생한 힐즈버러 축구장 참사 20년 뒤 세번째로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지난 4월 당국의 총체적 과실을 인정하는 배심원 평결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출신 김희수 변호사는 “특조위가 인력 예산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진상규명을 완료하거나 안전 대책을 내놓지 못했는데, 활동 기간과 법 개정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전제”라며 “지금은 과거 참사 때보다 사회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당, 야당, 정부가 세월호를 정치 공방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결국 진실규명도 잘 될 수가 없다”며 “진실규명 자체가 결국 사회를 통합하는 길이고,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실태조사를 담당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조사를 하며 과거 대형 참사와 관련된 기록이 하나도 안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생존 학생들이 고통을 무릅쓰고 특조위의 조사에 응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준 박수진 방준호 고한솔 기자 gamja@hani.co.kr


[디스팩트 시즌3#8_세월호 잠수사 "이주영 장관 의형제 맺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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