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기존 평화박물관 사무처 사무실이 폐쇄된 채 새 사무실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평화박물관 사무처 활동가 일부가 운영진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이사)와 이해동 목사(이사장)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석미화 평화박물관 전 사무처장과 최성준 총무 활동가는 5일 한 교수 등이 활동가들에게 임금을 삭감해 지급하고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서울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이유서를 보면, 석 전 처장은 지난 4월 일방적으로 직위해제(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뒤 두 달 동안 기존 월급보다 각각 97만원8270원(4월치), 198만9560원(5월치)이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최 활동가도 5월 임금을 105만원 정도 덜 받았다. 석 전 처장은 고발장을 제출하며 “단순히 임금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방적인 직위해제와 그 과정의 비민주성, 단체 사유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기존 평화박물관 사무처 사무실은 현재 폐쇄됐으며 새 사무처는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고발로까지 치달은 평화박물관의 내홍 사태는 올해 들어 한 교수가 “사무처가 회비 입력을 누락해 단체에 손해를 끼쳤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졌다. 기존 사무처 직원들은 이를 반박하며 “한 교수가 기존 사업들과 사무처를 없애고, 반헌법열전편찬 사업 위주로 평화박물관 사업을 재편하려고 무리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맞섰다. 이들은 또 “이사회도, 총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체에 대한 기여가 높은데다 명망가라는 이유만으로 한 교수가 단체를 사유화해왔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새로 꾸려진 평화박물관 사무처 쪽은 임금 삭감 문제와 관련해 “4월치 임금 삭감은 석 전 차장의 사무처장 직위해제에 따른 것이며, 5월 임금삭감은 새로운 사무처로 출근하지 않는 등 무단결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의 단체 사유화 등 지적에 대해선 “회비 문제 이후, 이사회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데다 감정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평화박물관의 내홍 사태를 보며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최근 평화박물관 안에서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우리 안의 민주주의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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