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아무개(34)씨는 퇴근 길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설 때마다 여러번 뒤를 돌아본다. 지난 1월, 이어폰을 끼고 걸었던 정씨가 집 앞에 도착해 공동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던 때, 한 남성이 정씨의 머리와 등을 두차례 때리고 순식간에 달아났다. 정씨는 퇴근 길마다 그 기억이 떠올라,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인다.
몰래 뒤따라 오던 범죄자의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면 어떨까. 서울 은평경찰서는 관내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범죄를 예방을 위해 ‘안심거울(미러시트·사진)’ 부착을 추진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6월 중순께 은평구 관내에 여성 안심 귀가길로 선정된 지역의 공동주택 25곳을 선정해, 주민 동의를 받아 현관문에 안심거울을 부착했다. 은평서 범죄예방진단팀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 중 하나인 ‘셉테드’(CPTED)를 적용해 안심거울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혜림 범죄예방안전진단팀 경사는 “안심거울을 부착하면 현관문을 열거나, 비밀번호를 누를 때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안심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범죄자의 범죄심리 위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 150㎝, 세로 50㎝ 크기의 안심거울의 가격은 평균 2만원 정도다. 이 경사는 “저렴한 가격으로 범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평서는 은평구 내 주택 밀집 지역과 아파트 등을 선별해 구청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안심거울 부착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은평경찰서 범죄예방안전진단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