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수상한 강남땅 매입...우병우 처가 ’가산세 폭탄’ 면해

우 수석-넥슨 “거래 상대 몰랐다” 주장하지만
판교 사옥 추진 넥슨, 강남 사옥 건축 필요 의문
이면도로 부지 “대기업 사옥으로 부적절” 지적도
넥슨 수십억 손해, 우 쪽은 가산세 납부 이득본 셈

우 수석 매입과정 관여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 해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18일 ‘진경준 검사장의 소개로 처가 소유 부동산을 넥슨에 팔아 가산세를 면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 검사장(구속)이 거래를 주선했는지 여부를 떠나 당시 거래 자체가 통상적인 형태와 크게 차이가 나 의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의혹의 핵심은 넥슨이 당시 우 수석 처가 소유의 서울 강남역 인근 땅을 매입할 필요가 과연 있었느냐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신사옥 건설을 추진하던 넥슨이 추가적으로 사옥을 짓기 위해 강남 부동산을 매입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넥슨은 2006년부터 판교 사옥을 추진해 2013년 말 완공했다. 7년여의 기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였다. 판교 사옥은 지하 5층, 지상 10층으로, 연면적 6만5400㎡에 달한다. 수천명의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도 관계사 직원을 포함해 3천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넥슨은 판교 사옥을 추진하던 2011년 3월 우 수석 처가 쪽 강남 부동산을 매입한다. 판교 사옥 착공 1년여 전이다. 넥슨은 2010년께부터 강남 사옥 신축을 위해 근처 땅을 물색해왔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옥 문제는 회사의 중대 사안으로 오랫동안 논의를 거쳐 이뤄진다. 넥슨 말이 맞다면 매우 즉흥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즉흥적인 행동은 계속됐다. 강남 부동산을 산 지 불과 1년4개월여 만에 되판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슨 쪽은 “강남 땅을 매입할 때까지만 해도 판교는 연구개발센터 용도로만 생각했다. 엔씨소프트 등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러나 강남 땅을 산 뒤에 계획이 바뀌어 판교로 모든 직원이 가기로 했다. 그래서 강남 땅을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넥슨 쪽 해명이 맞다면 2006년부터 추진한 사옥 이전 계획이 강남 부동산 구입 후 급변한 셈이다.

해당 부지가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에 위치해 회사 사옥으로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점도 의문이다. 통상 대기업 사옥은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해 대로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넥슨은 강남 부동산이 이면도로에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 수석 쪽에서 매입한 부동산과 별개로 2012년 1월 추가로 100억원어치 땅(40여평)을 더 구입했다.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도 있고 광고 효과 등도 있어 이면도로에 사옥을 만들지 않는다. 이런 위치를 사옥으로 쓰려고 했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설사 넥슨 쪽 주장대로 사옥 신축용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첫번째 구입한 땅이 회사 사옥으로 쓰기에 부적절하기 때문에 두번째 땅도 추가 구입하게 된 셈이다.

넥슨 내부에서도 2011년 강남 부동산 매입을 두고 반대 입장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넥슨 관계자는 “위치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내부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였던 서민 대표가 ‘위치가 나쁘지 않고 부동산 가치도 있다’는 쪽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 거래로 넥슨 쪽은 수십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은 2011년 3월 강남 땅을 1364억9천만원에 매입하면서 취득·등록세 62억7천만원을 냈다. 이후 추가로 2012년 1월 역삼동 825-19번지 땅을 100억원에 취득했고, 이 과정에서 역시 취득세 4억6천만원을 납부했다. 전체를 합하면 모두 1532억원이 투입됐는데, 넥슨은 2012년 7월 이 부동산을 1505억원에 매각했다. 결국 넥슨은 1년 4개월 동안 부동산을 사고팔아 20억원대의 손해를 보는 거래를 한 셈이다. 은행 예금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손해액은 60억~70억원에 이른다.

반면 우 수석 쪽은 해당 거래로 상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 수석은 장인 사망 뒤 부과된 500억원 가까운 상속세 등을 내기 위해 강남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고, 팔리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를 내지 못할 경우 산출세액에 하루 1만분의 3씩 가산세가 붙는데, 이 부담 역시 만만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넥슨은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한 강남 사옥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게 됐고, 우 수석 쪽은 넥슨 쪽이 거래를 해준 덕분에 상당한 이득을 보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우 수석이 2년 동안 팔리지 않던 처가의 대규모 부동산을 넥슨 쪽에 파는 데 개입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2011년 3월께 우 수석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검찰 내 특별수사 업무를 기획·조정하고 범죄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다양한 소송을 겪고 있던 넥슨으로서는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 검사장이 2009년 한진그룹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주고, 그 대가로 대한항공 등이 처남 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한 것과 같은 구조로 볼 수 있다.

최현준 서영지 이재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