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백씨의 딸 민주화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8개월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가 신장기능까지 저하되는 등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258일째 누워있다. 백씨는 현재 대뇌 절반 이상과 뇌 뿌리가 손상돼 의식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다.
백씨의 딸 백도라지(35)씨의 말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17일께부터 신장 기능 악화로 소변이 나오지 않고 폐에 물이 차는 등 상태가 급격히 위중해졌다. 그는 “사람의 몸에서 마지막까지 기능하는 기관이 뇌와 심장, 신장인데, (아버지의 경우) 뇌가 이미 다친 상태에서 신장 기능까지 급격히 저하된 상황이라고 의료진이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병원 의료진이 이뇨제를 투약하는 등 집중 치료를 해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이전보다 악화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백도라씨는 “병원에서도 (앞으로 상태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백씨의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지만,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백도라지씨 등이 지난해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관계자들을 상대로 살인미수,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건은 이제껏 고발인 조사만 한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백씨의 가족들과 백남기대책위 등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물대포를 사용한 과잉 진압에 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가 조속히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네덜란드에서 급히 귀국한 백씨의 둘째딸 백민주화씨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천천히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매일매일 지켜보고 있는데,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다음달에 퇴임식을 하려는 것이냐”고 눈물을 따져 묻기도 했다.
한편, 최근 법원은 물론 유엔에서도 경찰의 물대포 과잉 진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심담)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따르지 않고 백씨의 머리 부분에 직사살수해 뇌진탕을 입게 했으며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 직사살수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의 시위진압 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유엔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백씨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경찰의 무차별적인 물대포 사용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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