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반대 농성 학생들
총장 요청으로 경찰 1천여명이 끌어내
학생들 “공권력 동원 강력 규탄”
나흘째 점거하며 총장탄핵 운동
총장 요청으로 경찰 1천여명이 끌어내
학생들 “공권력 동원 강력 규탄”
나흘째 점거하며 총장탄핵 운동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는 학교 쪽의 방침에 반발해 나흘째 대학 본관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쪽이 학생들의 대화 요청을 묵살한 채 1천명이 넘는 경찰 병력을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여 논란이 되고 있다. 1천명이 넘는 대규모 경찰력이 교내에 진입한 건 1999년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서울대 농성 이후 17년 만이다.
지난 30일 낮 12시께,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1층에 투입된 1천여명의 경찰이 점거농성 중이던 학생 200여명을 하나씩 끌어냈다. 학생들은 지난 28일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터였다.
하지만 학교 쪽은 평화로운 ‘대화’로 문제를 푸는 대신, 경찰 병력을 끌어들여 농성 중인 학생들을 끌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대 쪽은 학생들의 점거농성이 시작된 28일 밤 10시55분께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다수의 학생이 본관을 점거하고, 평의회 위원들을 수시간째 감금하고 있어 시설보호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긴 총무처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는 등 모두 23차례에 걸쳐 경찰에 구조 신청을 했다. 특히 경찰이 투입되기 직전인 30일 오전 11시15분께는 최경희 총장이 직접 서대문서 정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병력 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학교 쪽의 거듭된 요청으로 학교 안팎에 투입된 1600명의 경찰이 수십명의 학생을 끌어내면서 일부 학생이 타박상 등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날 경찰과의 대치 상황에서도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등 대중가요를 부르며 “경찰도 공무를 집행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질서를 지키”겠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학교 쪽의 요청으로 대학 캠퍼스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지난해 2월 서강대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학교 쪽이 부당해고·임금체불 등을 일삼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에게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데 반대하는 학생과 마리오아울렛 해고 노동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자, 학교 쪽의 요청으로 경찰 80명이 학내에 들어와 시위 진압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1천명이 넘는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1999년 서울지하철 노조의 서울대 농성 당시 정부가 20개 중대 2천여명의 경력을 투입한 이후 17년여 만이다.
학내 문제를 대화로 풀지 않고 경찰을 대학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인 이대 쪽의 선택을 두고 학교 안팎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교육 현장에 직접 경찰을 불러들인 것은 문제”라며 “총장이 학생들과의 대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대 총학생회 등은 이날 “학교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행정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을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재학생들은 졸업생·학부모·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최 총장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은 이대가 7월 초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참가자로 선정되면서 미래라이프대학(정원 150명)을 설립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학교 쪽에선 “선취업-후진학이라는 명목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고졸 재직자나 30살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미 학교 안에 ‘평생교육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학교 쪽이 4년제 학사 학위를 주는 단과대를 신설하는 것은 “이화여대의 이름값을 앞세운 ‘학위장사’”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재학생 100여명은 31일에도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정책이 폐기될 때까지 본관에서 농성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최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미영 허승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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