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 감만동에서 싼타페 차량이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 받아 싼타페에 타고 있던 일가족 5명 가운데 4명이 숨졌다. 싼타페 차량 운전자는 사고 14초전, 차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아이고 이거 차가 와이라노.” “아기, 아기, 아기, 아이고.”
피서를 가던 일가족 5명 가운데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 등 4명이 숨진 부산 감만동 교통사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많은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블랙박스 속 영상에서 운전자가 차를 마음대로 운전할 수 없음을 호소했고, 차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으므로 급발진 등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의심된다며 명확한 원인을 규명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보면, 2일 오후 12시26분께 부산 남구 감만동의 물류센터 앞 도로에서 스포츠실용차(SUV) 싼타페가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 한아무개(64)씨의 아내와 딸, 3살 외손자와 생후 2개월 된 외손자 등 4명이 숨졌다. 운전자 한 씨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14초전 감만현대아파트 사거리 인근에서 차를 몰던 한씨는 ‘차량이 왜 이렇냐’며 차가 말을 듣지 않음을 호소한다. 이후 차량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고 차도 흔들리면서 아내와 딸은 급박하게 ‘아기, 아기, 아기’를 외쳤다. 운전자는 차를 세우지 못했다. 싼타페는 신호를 어기고 좌회전한 채 그대로 달려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는다.
2일 <부산일보> 보도를 보면, 경찰은 운전자 한씨가 “운행 중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좌회전 신호를 위반하며 교차로에 진입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숨진 아이들의 친할머니는 <부산일보> 인터뷰를 통해 “사돈 어른은 오랫동안 택시 운전을 해왔는데 그런 분이 이토록 황당한 교통사고를 냈을 리 없다. 화목했던 가정을 송두리째 뽑아놓은 사건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차량은 2000년 현대차가 선보인 1세대 싼타페다. 과거 싼타페 동호회 게시판에는 운전 중 고압펌프(디젤차 엔진 작동에 필요한 압력을 발생시키는 부품) 고장으로 급발진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온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고압펌프 문제로 급발진과 비슷한 사고를 겪었다는 글이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오긴 했지만 실제 회사쪽으로 신고가 들어온 건이 없어 이러한 주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며 “한국소비자원이 2004년12월31일 이전에 생산된 싼타페 차량의 고압펌프에서 연료가 새어나오는 결함을 지적해 2008년 3월부터 무상수리를 해오고 있는데, 이러한 결함은 오히려 차량 속도를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디스팩트 시즌3#14_이화여대 점거농성과 대학들 '쩐의 전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