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결정 놀라…경찰투입 못잊어”
학교-학생 신뢰회복은 숙제로 남아
학교-학생 신뢰회복은 숙제로 남아
“저희(졸업생)들이 여러분의 배후세력입니다.”
3일 저녁 8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마스크를 쓴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 2500여명(경찰 추산)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학교의 독단적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에 맞서 본관 점거 농성을 벌여왔던 이 대학 재학생들과 이들을 지지해온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아와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손에는 “평화시위에 1600명 경찰로 맞대응한 최경희 총장은 즉시 사퇴하라”는 내용의 손팻말이 들렸다. ‘졸업생 집회’에 참여한 한 졸업생은 “졸업생은 이번 사태로 학교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최 총장에게 이화여대를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구호는 “철회”에서 “사퇴”로 바뀌었다. 졸업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화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재학생들과 함께 학교의 제반 중요 현안에 대해 지켜보고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정오께 최경희 총장은 긴급 교무회의를 마친 뒤 농성 학생들을 찾아와 미래라이프대학 추진 백지화 결정을 직접 알렸다. “농성에 참가한 재학생을 비롯해 성명을 발표한 교수와 교직원 등에 대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미덥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오후 1시45분께 다시 본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최 총장은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에 답을 이었다. 최 총장은 지난달 30일 경찰병력을 투입한 부분에 대해 “학교 측의 요청이 아닌 교수들의 요청으로 인한 것임을 학생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경찰이 (학교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농성에 참여했던 한 재학생은 “학교가 이렇게 빨리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할 줄은 몰랐다”면서도 “총장을 만나 대화하려고 기다리던 학생들에게 경찰병력을 투입했던 일을 잊을 수 없어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농성 기간 중 학생들을 위해 지지 성명서를 내줬던 일부 교수님과 교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쉽게 농성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향후 민주적인 소통을 하기 위한 의사 시스템 개선을 위한 구체안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학생들의 안전과 초상권 보호, 심리적 동요를 막겠다”는 이유로 이대 출신이라는 ‘인증’ 없이는 본관 내부 출입을 금지한 채 이날까지 7일째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H6s박수진 방준호 기자 jjinpd@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4_이화여대 점거농성과 대학들 '쩐의 전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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