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제막식을 한 직후, 인근 애쉬필드 교회로 옮겨졌다. 사진 윤미향 정대협 대표 페이스북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이 둥지를 텄다. 미국(2곳)과 캐나다(1곳)에 이어 외국에 세워진 네번째 소녀상으로, 북미지역 외 지역에서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처음이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시드니 추진위)는 6일 정오(현지시각)께,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호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사물놀이로 시작된 제막식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달래는 위령곡이 울려퍼졌다. 이어 헌정곡 '가시리'의 노랫가락을 타고 애절한 춤이 이어졌다. 흰 천막에 덮혀 있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노란 풍선이 하늘 위를 날았다.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 할머니를 비롯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김서경 작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비롯해 현지 교민들과 시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호주 쪽에선 원주민 여성으로는 처음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린다 버니와 인권운동가 빌 크루스 목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네덜란드계 호주인) 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의 딸 캐롤, 중국계인 어니스트 웡 뉴사우스웨일스주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주도로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열린 호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윤미향 정대협 대표 페이스북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는 “소녀상을 통해서 호주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 역사의 진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진실을 감춘 채 범죄를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성남시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를 주도했던 이재명 시장은 일본 정부를 향해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에서 시작된다”며 “일본군이 세계의 많은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전쟁에 끌고 다닌 것은 명백한 사실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배상하고 반성하는 것이 일본국이 세계국가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평화비를 세우는 그 행위 하나하나에 녹여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결의들, 또한 생각의 다름을 조금씩 녹여가며 함께 손잡고 걸어온 그 여정이 참으로 값지게 느껴지는 순간”이라며 “정대협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제막식 직후, 인근의 애쉬필드 교회로 옮겨졌다. 애쉬필드 교회는 인권운동가이자, 시드니 소녀상 건립을 도운 빌 크루즈 목사가 목회를 이끄는 곳이다. 소녀상은 한인회관에서 1년 간 보존하다가 교회로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호주 사회가 소녀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종이 오가는 교회 마당으로 소녀상을 옮기자는 데 빌 목사와 교민들이 뜻을 모아지면서 전격 이전됐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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