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가 공개한 김포공항 미화 노동자들이 휴식하는 공간의 사진. 노동자들은 휴지와 청소 도구 등을 보관하는 화장실 창고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제공
창문도 없는 화장실 두칸 남짓한 너비의 공간에는 휴지와 각종 청소 도구, 세제가 빼곡히 쌓여있다. 한 사람조차 편히 앉기 힘든 이 비좁은 공간이 김포공항 미화 노동자들의 실질적 ‘휴게실’이다. 하루 11시간 동안, 김포공항 국제선·국내선 청사를 돌며 100ℓ크기 봉투 150개 가량의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노동자 20여명은 이 공간에서 4시간마다 30분씩 휴식을 취한다.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있기는커녕, 쌓아놓은 커다란 화장실용 두루마기 화장지 더미를 의자 삼아 앉아야 한다. 각목으로 천정을 받치고, 은박 돗자리로 도배된 ‘위태’로운 공간도 휴게실이라면 휴게실이다.
김포공항 미화 노동자들이 15일 <한겨레>에 공개한 ‘휴게실’의 모습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에 따르면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하는 발주기관(한국공항공사)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용역업체(지앤지)에 휴게실과 세면실 등의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제공하고, 용역업체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만, 김포공항 안에 미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은 고작 화장실 안 비좁은 물품창고 뿐이었다. 별도의 휴게실이 있지만, “청사 밖(국내선)이거나, 지하(국제선)에 위치해 있어, 오가다 보면 휴식 시간 30분이 다 끝나기 일쑤”라고 손경희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이하 서경지부) 강서지회장이 말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가 공개한 김포공항 미화 노동자들이 휴식하는 국내선 화장실 천장은 나무 각목으로 받치고 있다. 노동자들은 휴지와 청소 도구 등을 보관하는 화장실 창고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제공
한국공항공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관리자들의 폭언과 성희롱
(▶관련기사 : 30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공항 마피아’가 추행·폭언도)을 견디다 못해 김포공항 미화노동자들이 경고 파업을 예고한 이후엔, 이 휴게실마저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김포공항 미화 용역업체인 지앤지(G&G) 쪽은 지난 9일 “현장 근무지에 임시 휴게실로 사용 중인 장소가 물품창고로 지정돼 있으니 개인 물품을 정리해달라”는 공고문을 붙였다. 업체 쪽은 다음날엔 “청소도구 보관 장소에 있는 개인 물품을 치워달라”이를 치우지 않을 경우, 임의로 철거할 계획을 밝혔다. 서경지부 쪽은 “휴게 공간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렸더니, 공항공사와 업체 쪽에서 되레 휴게공간을 철거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가 공개한 김포공항 미화 노동자들이 휴식하는 공간의 사진. 노동자들은 청소용 세제와 청소 도구 등을 보관하는 화장실 창고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제공
한국공항공사 쪽은 이에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김포공항 미화용역 근로자 휴게실 현황’ 답변서를 통해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제출한 휴게실 사진은 청소용품 보관실 사진으로, 실제와 다르다”며 “공항공사 본사와 국제선 ·국내선 청사, 화물 청사 등 8곳에 휴게실이 마련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지난9일,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휴게 공간 사진 일부를 공개하면서 “충분한 휴게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용역업체인 지앤지(G&G)쪽은 “현장 근무지에 임시휴게실로 사용 중인 장소가 물품창고로 지정돼 있으니 개인 물품을 정리해달라”는 공고문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