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끝에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 출범
팀원·사무실도 못 정하고 급히 발표
‘강력한 수사’ 우려한 청와대 반대설
김수남 검찰총장이 22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본관에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수남 검찰총장이 6일간의 ‘장고’ 끝에 둔 특별수사팀 출범은 ‘묘수’가 될까, ‘악수’가 될까. 지난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및 횡령 혐의로 수사의뢰한 지 6일째인 23일 김 총장은 특별수사팀 출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서에 맡길 것이라는 예상을 깬 ‘강수’였다. 김 총장은 검찰 고위 간부들은 물론 전직 검찰총장 등 검찰 선배들의 의견까지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총장은 구성원과 사무실 위치를 확정하지 못한 채 수사팀장만 발표했다.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출범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4월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한 지 3일 만인 그달 12일 출범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선 출범 당일 팀장과 직속 부장검사, 수사팀 규모, 사무실 위치까지 정해서 공개했다. 그만큼 김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할지 여부만을 결정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선 손도 못 댈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별수사팀 출범을 두고 청와대와 모종의 기싸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총장 직속 특별수사팀인 만큼 야권과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큼 명확하게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총장의 권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특별수사팀이 우 수석에 대해 수사의뢰된 혐의를 넘어 처가의 차명재산 보유 의혹과 우 수석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등까지 말끔히 해소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 수석을 철저히 조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와대가 특별수사팀 출범을 반대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사건’ 때도 편파 수사를 우려해 야당에선 특검을 주장했지만, 검찰에선 수사팀을 둘로 나눈 끝에 의혹의 핵심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은 ‘헛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문건 유출자만 처벌해달라고 재판에 넘겼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만드는 대신 팀장을 우 수석 쪽 사람을 앉히는 선에서 타협을 봤으리란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관해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한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김 총장이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김 총장이 이 가이드라인대로 우 수석은 무혐의 처리하고 이 특별감찰관만을 기소한다면, ‘역시 정권의 눈치 보는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으로 검찰 신뢰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한을 나누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방안에 힘이 실리고, 내년 대선에서도 검찰 개혁이 주요 쟁점과 공약이 돼 검찰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