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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잘못하지 않았나 매사 눈치” 불안·강박증 호소

등록 2005-10-31 18:58수정 2005-11-01 00:59

군 전역 뒤 보름 만에 말기암 판정을 받은 노충국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회견이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에 마련된 노씨 분향소 옆에서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군 전역 뒤 보름 만에 말기암 판정을 받은 노충국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회견이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에 마련된 노씨 분향소 옆에서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탐사기획] 병영과 한국남자 심리학 보고서
“제대한 뒤로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 불안감을 느껴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말을 잘못하지는 않았나’ 눈치를 보게 됐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다리를 떨고 기자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한 최아무개(24)씨는 교도대 경비병으로 복무한 뒤 2년 전 전역했다. 상병 시절 그는 다른 동기 한 명과 함께 ‘군기반장’ 노릇을 해야 했다. 선임병에게는 이병, 일병들을 잘 다루는 상병으로 인정받아야 했고, 후임병들한테는 빈틈없는 엄격한 선임병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항상 긴장을 풀지 않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신경써야 했다.
최씨의 BSI결과
최씨의 BSI결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최씨는 아직까지도 사소한 일로 후임병을 심하게 구타한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임병과 함께 근무를 나갔다가 후임병이 최씨의 바로 위 선임병한테 조는 모습을 들켜 꾸지람을 들은 것이었다. 최씨는 그만 화가 폭발해 후임병을 엎드리게 해놓고 여러 차례 발로 걷어찼다.

최씨는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다면 그런 구실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내가 욕을 먹더라도 후임병을 때리거나 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번 조사에서 불안, 우울, 대인관계 민감성, 죄책감 등 정신병리를 측정하는 BSI 검사의 모든 영역에서 전체 조사대상자 평균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9배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공부대 출신인 김아무개(24·2004년 4월 전역)씨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성매매를 경험했다. 그는 군입대 전까지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군대에서 몇몇 선임병들이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자랑하듯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며 “처음 성매매 업소에 갔을 때도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솔직히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잘못하지 않았나 매사 눈치” 불안·강박증 시달리기도-병영과 한국남자 심리학 보고서
“잘못하지 않았나 매사 눈치” 불안·강박증 시달리기도-병영과 한국남자 심리학 보고서

그는 이번 조사의 성 구실 고정관념 척도에서 평균보다 46%포인트나 높은 반응을 보였다. 또 여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태도, 여성의 성적 개방성에 대한 보수적 태도, 즐기는 여자와 결혼할 여자를 구분하는 이중적 태도 등에서도 평균보다 18~6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행정병 출신인 이아무개(23·2005년 7월 전역)씨는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대장과 준위한테서 서로 모순된 지시를 받았다. 준위의 지시를 따른 이씨는 곧 소대장의 지적을 받았다. 이씨는 “준위님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설명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소대장의 화를 키웠다. “너는 왜 내 말은 듣지 않고 준위 말만 듣느냐”는 호된 질책이 돌아왔다. 이때부터 이씨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윗사람이 지적을 하면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넘어가게 됐다고 한다.


제대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이씨의 이런 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내가 받은 주문도 아닌데 나한테 주문을 잘못 받았다고 혼난 경우가 있었다”며 “예전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그냥 ‘잘못했습니다’ 그러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불합리한 요구나 지적을 받아도 적당히 순응하고 넘어가는 게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하고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실 순응성을 측정하는 예비척도에서 전체 평균인 3.88점(최고 7점)보다 훨씬 높은 5.27점을 기록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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