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반대 김천투쟁위원과 김천시민들이 1일 낮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체계 배치 반대를 주장하며 삭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민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성주도, 김천도, 대한민국 전체에 안됩니다.”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파란 조끼를 입은 동료 김천시의원 9명이 머리를 삭발하는 동안 박희주 시의원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지난 23일 이미 삭발한 박 시의원은 사흘 전부터는 서울에서 여?야 당사와 국회 앞, 국방부 앞을 돌며 ‘국민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적은 손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준비도 없이 일단 무작정 올라왔어요. 저도 사드문제에 무관심한 시민이었지만 이번 일을 겪고 공부하며, 사드는 한반도 어느곳에도 안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다. 국민여러분들이 정말 도와주셔야 합니다.”
1일 경북 김천 시민 1000여명(주최 쪽 추산)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맞은 편에 모여 김천과 인접한 성주골프장이 유력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장소로 이야기되는 데 항의하며 “국방장관 퇴진”을 주장했다. 정부의 ‘사드 폭탄 돌리기’에 경북 성주에 이어 김천 시민들까지 서울 국방부 앞을 찾게된 셈이다.
이들은 “사드는 어느 곳에도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투쟁위는 명칭을 ‘김천사드배치반대투쟁위'에서 ‘사드배치반대김천투쟁위'로 변경한 바 있다. 김천뿐 아니라 국내 사드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김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칠곡, 성주에 이어 이번에는 김천까지. 지금 우리가 여기서 몰아내면 또 누군가가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김천에 안 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상경투쟁’에까지 이르게 된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명재 김천 와이엠시에이 이사는 “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주민들과 우리가 데모하러 서울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말을 했다”며 “우리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나. 왜 이 먼거리를 아침식사마저 거르고 올라와 집회를 하게 만드느냐”고 항의했다.
주민들이 집회를 벌이는 사이 박보생 김천시장과 투쟁위 대표단 6명은 한민구 국방장관을 찾아 한 시간 정도 면담했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면담에 참석한 배낙호 시의원은 “최소한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이야기조차 듣질 못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 시민의 생존권을 놓고 정부가 아무런 행정절차도, 주민과의 대화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방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다시 김천으로 돌아가 저녁 김천역 앞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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