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이 ‘스폰서 의혹’ 부장검사의 ‘부적절한 돈거래’에 관해 지난 5월 대검찰청에 첩보보고를 한차례 한 뒤 이 부장검사를 별도로 직접 조사하지도, 정식 보고를 올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의 ‘비리 불감증’과 서부지검의 ‘미온적 대처’ 속에 이 부장검사는 수사 검사 등을 여러 차례 접촉해 사건 무마 청탁을 시도할 수 있었다.
서부지검이 애초 김아무개 부장검사와 60억대 횡령 및 사기 혐의 피의자 김아무개씨 간에 수상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정황을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이다. 김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대표가 김씨를 횡령 및 사기로 고소하며, 김씨의 돈 사용처로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돈을 지목한 것이다. 돈을 보낸 곳은 부장검사 계좌가 아닌 술집 종업원과 김 부장검사의 친구인 박아무개 변호사의 아내 명의 계좌였다. 상식적으로 봐도 미심쩍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 거래였다.
서부지검은 지난 5월18일 대검찰청에 김 부장검사 비위 의혹에 대해 첩보보고를 하며, 사건 경과와 함께 고소인이 증거자료로 제출했던 1500만원 돈이 입금된 계좌가 적시된 전자우편을 첨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수사가 본격 시작되고, 김 부장검사가 6월 본인이 드러나지 않게 사건을 잘 마무리해달라는 취지로 수사 검사와 식사 자리를 가지고, 청탁을 하는데도 서부지검은 대검찰청에 추가보고하지 않았다.
현직 부장검사라고 하더라도 수사를 맡은 검사가 사건에 이름이 거론되는 관련자와 사적 만남을 가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한겨레> 보도 뒤 “서부지검 (수사 검사와 부장검사) 식사 자리는 다른 여러 검사가 합석해 사건과 관련한 얘기를 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가 사건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은 이 식사 자리 뒤부터다.
서부지검은 수사를 맡은 박아무개 검사가 ‘귀찮아할 정도’로 김 부장검사가 전화를 했다고 표현했다. 김 부장검사는 식사를 한 뒤 6월 중순 직접 검사실로 찾아가 박 검사를 만나 ‘이 사건에 내 문제가 달려 있으니까 내가 사건에 나오지 않게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서부지검은 6~8월 김씨를 상대로 한 4차례 조사에서 “김 부장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 사실은 대검찰청에 보고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김 부장검사 사건과 관련해 “철저하고 엄정한 진상규명을 하라”는 지시를 끝으로 사실상 손을 놓았고, 서부지검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5일치 <한겨레> 보도로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서부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피고소인의 진술이 번복되고 일부 거짓으로 드러나 피고소인의 신병 확보 후 진상을 규명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서부지검의 보고 과정 역시 감찰 대상이 된다.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문제가 있으면 감찰받겠다”는 입장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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