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김아무개 부장검사가 지난 6월말 수사 검사를 따로 만나 수사 정보를 얻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고 진술한 녹취록이 나왔다.
6일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 6월25일 서부지검의 담당 수사 검사인 박아무개 검사를 만났던 이야기를 한다. 녹취록은 6월말~7월초 김 부장검사와 동창 사업가 김아무개(구속)씨가 사건과 관련해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가 ‘검찰 수사가 세게 진행된다’며 불만을 표출하자 ‘수사 검사를 따로 만나는 등 손을 쓰고 있다’며 그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김 부장검사는 “박 검사를 만나 (1500만원은) 다 거짓말로 만들어낸 얘기다, 선배(김 부장검사)가 얘기하면 불필요하게 오해할 거 같아 얘기 안 했는데 ‘분명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박 검사가) ‘자기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또 “박 검사는 ○○○ 얘기를 토대로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친구 관계 얘기할 수 있지만, 전혀 그런 거 아니다. 차명계좌 얘기하는데, 무슨 차명이냐. 계좌내역을 보면 다 알지 않느냐고 다 해명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가 “박 검사는 (네가) 구속되기 싫어 이것저것 얘기했다더라”고 말하자, 김씨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김 부장검사에게 말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김 부장검사가 사업가 김씨로부터 다른 사람 계좌로 1500만원을 받는 등 둘 사이 부적절한 금전관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건에 연루된 김 부장검사가 수사 검사를 따로 만나 사건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자신의 결백까지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김 부장검사를 따로 만나긴 했지만, 수사 내용 등을 누설한 적은 전혀 없다”고 윤희식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통해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검찰 수사에서 거짓 진술을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박 검사가) 내 발을 꽁꽁 묶으려고 하면 술 먹은 거 갖고도 묶을 수 있다. 말려들지 말라. 장소가 어디냐는 둥 대답해버리면 발이 묶여버린다. 그럼 부장(검사)이든 누구든 요만큼도 통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사업가 김씨가 ‘김 부장검사와 친구고 식사한 건 맞지만, 룸살롱 간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고 하자 “올해 초에 동기들 불러서 밥 사먹였잖아. 그런 것을 애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앞으로 보호해주겠다며 김씨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너 잘 들어. 29년, 30년 공동운명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나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아니라는 거 모르냐”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또 “만약 영장이 청구돼도, 기각이 되든 아니든, 최소 집행유예라도 나오려면 (내가) 손발이 풀려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녹취록에는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지난해 2월 검사장에서 퇴직한 강아무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김 부장검사는 “나간 지 일년밖에 안 돼 몇천 몇억을 줘도 안 움직이는데 나하고 긴밀한 관계여서 부탁했다”며 “내가 움직일 수 없어서… 그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형평성 있게 진행되도록, 일방적이게만 (수사가 진행) 안 되게 해달라고 말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검사장님도 담주 초 거기 (서부지검) 지휘라인 만나 그런 점 이야기하신다고 했으니, 박 검사 맘대로는 안 될 거야”라는 에스엔에스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박 검사가 내가 다 잘못했다는 전제로 나를 수사하고, 사건의 본질이 아닌 너를 지목해 압박한다”고 김 부장검사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강 전 검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부장검사의 요청으로 김씨 사기·횡령 사건을 맡긴 했지만, 두 사람 간의 금전거래 등은 전혀 모른다”며 “서부지검장과 차장 등 지휘라인에도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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