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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남기씨 부인 “얼굴 보고 하세요!”…시선 외면한 강신명

등록 2016-09-12 20:45수정 2016-09-12 21:21

백남기씨 부인 박경숙씨(오른쪽)와 딸 백도라지 씨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2016.9.12 연합뉴스
백남기씨 부인 박경숙씨(오른쪽)와 딸 백도라지 씨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2016.9.12 연합뉴스
강 전 청장 “인간적으로 사죄”…경창 수장으로선 끝까지 버텨
살수차 요원들 가림막 뒤에서 무성의한 녹음기 답변 일관해

사고 발생 300일이 지나서야 어렵게 열린 국회 청문회였지만 아무도 머리 숙이지 않았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방청객들의 빈축을 샀다.

12일 오전 10시.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장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앉은 증인석 뒤로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도라지씨와 부인 박경숙씨가 자리했다. 청문회가 시작됐고 도라지씨가 증인석에 섰다. 그녀는 “(아버지는) 심장만 스스로 뛰고 있고, 의식 회복 가능성이 낮다. 수술도 불가능하다. 병원에서는 ‘주말이 지나면 요양병원으로 모시라’고 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청문회장이 일순간 숙연해졌다.

‘민간인’이 된 강 전 청장은 청문회 내내 공세적이었다. 의원들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을 하는가 하면, “폭력이나 다수의 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쁜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시위가 발생한다”며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한숨이 쏟아졌다. 부인 박씨는 견디기 힘들다는듯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도라지씨가 어머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강 전 청장의 고압적인 태도가 계속되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하겠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그 생각을 유지하고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야당은 강 전 청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오전을 버티던 그는 오후에 사과를 하긴 했다. “백남기 농민과 가족분들께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데 대해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부인 박씨가 “얼굴 보고 하세요”라고 외쳤지만, 강 전 총장은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 자격으로 안타까움을 표한 경우는 이미 여러번 있었다. 가족들은 저런 식의 사과가 아닌 공식 사과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장에는 가림막이 설치됐다. 살수차 운용요원 등이 현직 경찰관인데, 얼굴이 공개되면 신상털기 등이 우려된다는 점을 국회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가림막 뒤에 얼굴을 숨긴 이들은 “(저희도) 심적·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녹음기처럼 답을 반복하자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증인의 눈을 봐야 제대로 답하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배려를 해서 차단막 뒤에서 답하도록 했는데 태도가 옳지 않다. 질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고 답변을 해야지…마치 외운 답변을 그대로 외우고 있는 듯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청문회가 잠시 정회됐을 때 강 전 청장은 청문회장을 빠져나가면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의경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어디 다쳐서 나왔나”, “고생이 많다”며 살가운 대화가 오갔지만 백남기 농민 가족들은 애써 외면했다. 일부 취재진이 “가족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끝내 외면했다. 박수진 김지훈 허승 고한솔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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