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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5 지진 덮치면 ‘액상화’로 부산·서울 등 큰 피해 우려”

등록 2016-09-18 19:09수정 2017-11-19 16:22

최재순 교수팀 ‘액상화’ 경고
모래지반·얕은 지하수·큰 지진동
3박자 맞으면 건물 통째로 ‘폭삭’
일 니가타·고베 지진때 큰 피해
진앙 수백㎞ 떨어져도 안심 못해
‘서울강남 52곳중 26곳 위험’ 자료
부산 해안가·인천 송도 등도 취약
“건물 내진 보강·정밀 연구 필요”
1964년 6월16일 일본 니가타현에서 일어난 규모 7.5 지진 때 액상화 현상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아파트가 건물째 넘어졌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일본 와세다대 하마다 마사노리 교수 재인용) 제공
1964년 6월16일 일본 니가타현에서 일어난 규모 7.5 지진 때 액상화 현상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아파트가 건물째 넘어졌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일본 와세다대 하마다 마사노리 교수 재인용) 제공
경북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 내륙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위험성이 커진 가운데 지진동으로 지반이 물러지는 ‘액상화 현상’의 위험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의 최재순 교수 연구팀이 경남 양산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작성한 액상화 발생 위험도를 보면, 진앙에서 가까운 부산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서울과 수도권의 상당 구역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경기 파주에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모사해보니, 수백㎞ 떨어진 부산에서도 액상화가 위험 등급으로 표시됐다. 최 교수는 “다만 이런 연구 결과는 지진 전파를 예측하는 감쇠식의 부정확성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도 있어 국내부지 특성에 맞는 감쇠식을 연구해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새만금·시화호·안동호 등 전국 12개 매립지와 자연 및 인공호수의 액상화가능지수(LPI)를 분석한 결 과, 간척지역인 새만금과 시화호 부근은 진앙지가 먼 양산이나 오대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액상화가능지수가 매우 높음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자연호인 화진포·영랑호·경포호는 지수가 높은 반면 인공호인 안동호·소양호 등은 낮았다.

최 교수는 “액상화는 지진으로 지반이 늪이 되는 것을 말한다. 지진으로 진동이 생기면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흙이 마치 액체처럼 행동해 건물 등 구조물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액상화라는 말은 1953년 일본 학자가 처음 사용했지만 실제 사례는 1964년 일본 니가타현 지진(규모 7.5)과 미국 알래스카주 지진(규모 9.2) 때 발생했다. 두 지역에서는 기초 지반이 붕괴해 교량이 넘어지고 아파트가 통째로 쓰러지는가 하면 맨홀 등 땅속 구조물이 솟아올랐다. 최 교수는 “통계상 규모 5.5 이상 지진이면 액상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규모 6.0 이상 지진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진앙이 매립지나 해안가 등 연약지반일 경우 액상화 현상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액상화는 느슨한 모래층(사질토) 지반, 얕은 지하수, 큰 지진동의 삼박자가 맞으면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인천 송도·청라국제도시 등이 위험하다. 일본의 경우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남서쪽 효고현에 액상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액상화 현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음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경남 양산 규모 지진때 액상화 현상 시뮬레이션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최재순 교수 연구팀이 국가지반정보 통합데이터베이스센터의 시추공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전역의 액상화 위험도를 분석한 지도를 보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해안가를 중심으로 액상화로 인한 지진 피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서울 강남지역의 액상화 위험도를 평가한 자료를 보면, 액상화 가능성을 판정하기 위한 52개 시추공의 데이터 분석 결과 액상화로 인한 피해 정도가 높은 경우(액상화가능지수 5~15)가 14곳, 매우 높은 경우(액상화가능지수 15 이상)가 12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액상화가능지수가 43.0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경주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양산단층 지대인 부산은 해안가에 연약지반이 많아 액상화 위험이 특히 크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울산 지진 때 부산지역의 싱크홀 현상과 상수도관 파열이 액상화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해안가와 낙동강 주변의 연약지반 깊이는 100m 이상 되는 곳도 있어 연약지반 분포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태성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양산단층대를 조사해보면 아주 작은 규모의 액상화처럼 보이는 흔적들이 눈에 띈다. 연약지반에서는 액상화뿐만 아니라 진동 증폭 효과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5년 멕시코 지진(규모 8.1) 때 400㎞ 떨어진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이 멕시코 시티에 큰 피해를 입힌 건 충적토(물에 의해 운반돼 쌓인 흙) 기반의 도시로 지진동이 증폭돼 전달됐기 때문이다.

최재순 교수는 “액상화 대비는 얼마짜리 암보험에 들어야 적당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비슷하다. 내진설계 코드가 제시되지 않았던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을 진단해 어느 수준에서 내진 보강공사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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