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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준이(스폰서 부장검사)가 비싼 술집 콕 찍어서 나오라 했다”

등록 2016-09-19 05:31수정 2016-09-19 10:07

KB증권 ㄱ전무와 3차례 술자리…예보로 옮긴 뒤 2차례 더
위스키 한병 2백만원 고급 술집…한번에 272만원 결제도
ㄱ전무 “고시 때 알던 사이…수사나 업무와 무관” 해명

고교 동창 사업가와 ‘스폰서 관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증권범죄합수단장 시절 수사 관할 내에 있는 금융 기업의 고위 간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술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단골인 고급 술집으로 이 임원을 데리고 가 술값을 대신 내게 했고, 이 자리에는 해당 기업과 관련한 검찰 동향 얘기도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케이비(KB)금융지주에서 일하던 ㄱ상무(현 케이비투자증권 전무)는 김 부장검사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와 관련된 검찰 동향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ㄱ전무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당시 회사의 준법감시인으로 기업 관련 (검찰) 동향을 파악해야 했다. 남부지검은 물론 전체적으로 대검찰청에서 케이비금융지주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물었다. 그 친구(김형준 부장검사)가 대검찰청 정보 쪽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통상적인 기업의 준법감시인 역할과는 차이가 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준법감시인은 회사 내부의 일들이 법률이나 규정, 정책에 어긋나는 게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일 등을 한다. 검찰 관련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준법감시인의 고유 업무가 아닌 것이다.

ㄱ전무는 대신 김 부장검사에게 정치권 동향을 자세히 알려줬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ㄱ전무는 정치권 동향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와대 근무 후 검찰에서 일하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 때문에 김 부장검사는 ㄱ전무를 만날 때마다 정치 얘기를 자주 꺼냈다고 한다. 특히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총선에 출마하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는 장인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영향을 받아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가 ‘스폰서’인 사업가 김아무개(구속)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증여받은 농지의 매각 방안을 김씨와 상의하며 “검사장 승진에도 그렇고 차후 총선에 나가려고 해도 공천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 부장검사는 언제라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케이비금융그룹의 ㄱ전무에게 거의 먼저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전무는 “김 부장검사가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1차는 간단하게 일식집에서 먹고, 그가 찍어 놓은 ‘2차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싼 양주에 과일 안주를 시키는 기본세트가 122만원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가 지목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이 술집은 고급 위스키 한 병이 200만원 가까이 하는 술집이었다. 술접대는 김 부장검사가 예금보험공사로 자리를 옮긴 뒤인 올해 3월과 7월에도 이어졌다. ㄱ전무는 주로 개인카드로 접대를 했으나 지난해 7월4일에는 법인카드 150만원을 포함해 총 272만원을 접대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ㄱ전무는 김 부장검사와의 만남이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부장검사와 같은 고시원에서 고시공부를 같이 했다. 4~5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닿아 반년에 한 번씩 만나던 사이”라며 “김 부장검사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 등에 있을 때 ‘힘들다’고 하면, 내가 술을 한잔씩 사주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한 친구사이라 편하게 만나 술 마신 것이다. 업무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적인 자리였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김 부장검사가 ㄱ전무로부터 받은 향응, 접대가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범죄합수단에서 일하던 김 부장검사가 대기업으로부터 접대를 받으면서 관련 정보를 넘겨줬다면 부정한 청탁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창업주로부터 받은 넥슨 비상장주식도 대가성이 없는 친구지간의 호의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뇌물로 기소됐다. 검찰의 직무 관련성은 법원에서 넓게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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