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귀엣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실 인턴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불법 특혜 채용과 관련해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 법정에서 “최 의원이 ‘그냥 (합격)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이 최 의원을 무혐의 처리한 주요 근거였던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뒤집힌 셈이다. 박 전 이사장은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선 ‘최 의원이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줄곧 진술했었다.
박 전 이사장은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최 의원이 원내대표이던 지난해 8월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단둘이 만났을 때, 최 의원이 자신의 인턴 출신 황아무개씨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검찰 신문 과정에서 “(독대 자리에서) 사실대로 보고했다. ‘(인턴) 황모가 2차까지 올라왔는데 외부위원이 강하게 반발한다. 여러가지 검토했지만 도저히 안되어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의원이 뭐라고 했냐는 질문에 “‘내가 결혼시킨 아이인데 그냥해!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봐’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박 전 이사장은 재차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내년에 다시 한번 응시시킬 것을 권했지만 “최 의원이 ‘그냥 하라’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진술 번복 이유에 대해 “그 당시 심신이 많이 지쳤고 다리도 다친 상태였다. 말한다고 상황이 뭐가 달라지겠나고도 생각했다. 청탁자는 처벌받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둘의 독대 직후 당초 불합격자였던 황씨가 합격자로 바뀌면서 최 의원의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은 일관되게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도 이를 수용해 최 의원을 간단히 서면조사만 한 채 무혐의 처리했다.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 인턴으로 일했던 황씨는 2013년 중진공 하반기 채용에 지원했다. 서류전형에서 탈락범위였고 점수 조작 등에도 꼴찌권이었던 황씨는 최종 면접에서 2013년 7월31일 내부적으로 불합격이 확정됐지만, 이튿날 박 전 이사장이 국회에서 최 의원을 만나고 온 뒤 합격자로 바뀌었다.
최현준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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