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말하기 어렵다” 어물쩍…‘진정’서 ‘특수’ 사건 비화 가능성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이 1990년대 초반 해마다 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전직 간부의 증언이 나와, 막바지에 이른 검찰의 두산그룹 비리 의혹 수사에 새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일 “지금까지 수사했던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어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발표를 코앞에 두고 나온 이 증언이 그동안의 수사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검찰 주변에서 “검찰이 두산산업개발이 최근 몇 년 사이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는 사실이다. 두산산업개발은 90년대 초반 이후에도 실제보다 거래 금액을 부풀리는 식으로 하청업체와 이중계약을 하면서 계속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석달 넘게 두산의 자금 흐름을 샅샅이 살펴온 검찰이 이런 사실을 놓쳤을 리 없다.
사실 하청업체와의 거래를 부풀려 비자금을 만드는 방식은 두산그룹이 해온 전형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이다. 동현엔지니어링과 세계물류, 넵스 등 비자금을 조성해 총수 일가에게 전달한 두산 관련 업체들도 모두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그동안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회사 경리팀이 시중은행의 대여금고에서 몰래 보관 중이던 비자금 통장들을 확보했고, 총수 일가에 대한 광범한 계좌추적을 해왔다. 경리팀이 관리하던 통장은 임직원들의 이름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두산산업개발이 최근에도 같은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두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기 어렵다”며, 적극 부인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1천억대 비자금과 관련한 정황들을 잡고 있었고, ㄱ씨의 증언이 나오면서 수사가 막바지에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산업개발의 거액 비자금 조성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두산그룹 전체의 존립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자금 사용처 등으로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면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시작됐던 ‘진정’ 사건이 ‘특수’ 사건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두산그룹 쪽은 “이미 검찰이 수사한 부분으로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두산 관계자는 “5년 전에 두산건설에서 퇴사했던 인물이 90년대 초에 했던 업무의 기억을 더듬어 일방적으로 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아무런 증거도 없고, 시효도 지난 사안을 놓고 검찰이 이 문제로 보강 수사를 하겠느냐”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상철 박순빈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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