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의원 외에도 중진공 채용 청탁 의혹 9명
검찰 자료 확보하고도 대부분 조사 안해
구체적 정황·진술 나온 박승춘·정우택 등 조사 필요
검찰 자료 확보하고도 대부분 조사 안해
구체적 정황·진술 나온 박승춘·정우택 등 조사 필요
검찰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 압력’ 사실이 폭로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박승춘 보훈처장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등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중진공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최 의원 이외에 국회의원과 전·현직 고위공직자 여러 명이 중진공에 채용을 청탁한 정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중진공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권태형 전 중진공 운영지원실장 쪽은 재판 과정에서 청탁자들의 이름이 담긴 검찰 수사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 해당 수사자료 열람·등사 등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관련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전 실장은 지난 1월 중진공 채용 비리를 폭로한 바 있다.
<한겨레>가 확보한 중진공 채용 관련 내부 문건 등을 보면, 2012~2013년 3차례 이뤄진 중진공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4명과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전·현직 고위간부 3명 등 모두 9명이 중진공에 채용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중진공 실무자가 작성한 합격자 명단 옆에 실명이 등장하고, 다른 이들은 중진공 실무자의 업무수첩에 채용 관련 ‘이사장 지시 사항’에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중진공을 감시·감독하는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이거나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었던 박철규 전 이사장과 같은 부처에 근무했던 이들이었다.
특히 2013년 하반기 중진공 공채에 아들이 합격한 박승춘 보훈처장의 경우, 입사 시험 진행 과정에서 최완근 당시 서울지방보훈청장(현 보훈처 차장)이 직접 중진공을 방문해 친분이 있는 중진공 고위 간부를 만나 박 처장 아들의 합격 동향을 탐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지난 2월 권태형 전 실장이 “박 전 이사장으로부터 ‘선배(정우택)의 부탁인테 거절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해당 지원자는 스펙을 따지지 않는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고 증언했다.
송종호 전 중소기업청장과 김교식 전 기획재정부 기조실장 등은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중진공 이사장을 지낸 송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인척 관계인 최아무개 전 의원의 부탁을 받고, 권태형 전 실장에게 ‘채용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김교식 전 기조실장도 검찰 조사에서 “고교 동창의 부탁을 받고, 그의 아들에 대해 박철규 전 이사장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청탁한 대상자는 점수 조작을 거쳐 중진공에 최종 합격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관계자는 “일단 최경환 의원 추가 수사에 집중하겠다. 의혹이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수사 여부까지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채용 공정성과 관련해 청년 구직자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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