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단체 ‘시변’14일째…법원노조 “환수운동 벌이겠다”
보수 성향의 한 변호사 모임이 시민들을 위한 법률 편의 제공을 위해 법원 안에 마련된 ‘변호사공실’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법원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은 10월19일부터 서울고등법원 청사 1층 변호사공실(60여평 규모)에서 일반 시민과 변호사들을 상대로 천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변호사공실은 무료 변론과 상담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데, 일부 변호사단체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환수운동을 벌여 시민을 위한 민원실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노조는 이미 몇년 전부터 변호사공실이 애초 취지와 달리 변호사들의 놀이터로 변질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폐쇄를 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각 지방법원은 시민들을 위한 무료 변론과 국선변호인 등 변호사들의 재판 준비를 위해 각 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공실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공실의 목적을 ‘국선변호 준비 등 대국민 법률 서비스 제공’으로 한정하고, ‘변호사의 사적인 공간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공실에서 서명운동까지 벌인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공익적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하지만, 법원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제지하기는 마땅치 않아 대응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헌 시변 사무총장은 “변호사공실은 열차의 객실처럼 고법으로부터 임대한 공간”이라며 “변호사들의 자치활동에 대해 법원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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