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웅치면 유산리 부춘마을 산 아래에 위치한 백남기 농민의 집은 조용했다. 열린 집이었다. 대문 옆 창고에는 주인의 손때로 반질반질 윤이 나던 농기구들이 가지런히 서 있고, 그가 앉았을 툇마루에는 꽹과리가 대신 놓여 있다. 댓돌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고무신, 희망을 놓지 않았던 지난여름 새하얗던 그 신에 검은 슬픔처럼 흙먼지가 내려앉았다. 고무신도 사람들도 아직 마음 놓고 그를 애도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 잃은 물건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듯, 사람들도 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다. 보성/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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