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경찰 물대포 때문이며, 유족의 동의 없이 부검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변호사들의 성명이 나왔다.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과 관련해 법적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법조계에서 영장 관련해 집단적인 의견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변호사 119명은 7일 ‘고 백남기 씨의 부검과 관련한 변호사 119인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나 변호사 등은 먼저 고 백남기 씨의 죽음이 근본적으로 경찰의 물대포 살수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흉기에 찔린 피해자가 치료 과정에서 음식 섭취를 피해야 하는데도 김밥과 콜라를 먹었다가 합병증으로 숨진 과거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1994년 대법원은 “살인행위와 사망 사이에 다른 원인이 있더라도, 그 원인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살인의 실행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살인 행위와 죽음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나 변호사 등은 “주치의 백선하 교수 주장대로 고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물대포 직사와 고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고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진료기록 등으로 사인을 밝히기 충분하다고 봤다.
이어 유족의 동의 없이 고인에 대한 부검을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이들은 고인에 대한 ‘조건부 부검 영장’에 대해 “법원이 유족에게 부검 정보를 ‘공유’하도록 요구한 것은 부검의 모든 과정에서 유족이 공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은 합리적”이라며 부검영장 집행 등 고 백남기 씨 사망사건 수사를 특별검사가 지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