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수 솔비가 작사 작곡한 곡 ‘파인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빨간 목마를 타고 있는 혜희. 색동 한복을 입고 잔디밭에 앉은 혜희.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하얀 원피스 소녀 혜희. 꽃밭에 누워 턱을 괴고 아빠를 향해 웃고는 혜희. 폭포 앞에서 교복을 입고 수줍게 웃는 혜희…’
딸의 사진은 19살 교복 입은 소녀의 모습에 멈춰있다.
‘실종 아동을 찾고 있습니다’,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18년 전 그날 이후 혜희의 집 거실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건 실종 전단이다. 송혜희(실종 당시 18살) 양의 아버지 송길용(64) 씨는 18년째 딸을 찾아다니고 있다. 1999년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딸 혜희는 버스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6개월간의 수사는 소득 없이 끝났고, 3여년 동안 송씨와 함께 딸을 찾아 헤매던 아내는 결국 혜희의 전단을 품에 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도 나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엄마가 걔를 찾다가 죽었는데, 내가 포기하면 나중에 죽어서 혜희 엄마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니까….”
차를 몰고 달린 거리 72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나눠준 전단 300만장. 길 위에 매달았던 현수막 2500장. 송씨는 지금도 트럭을 몰고 전국을 달린다.
[영상] 송혜희 아버지 인터뷰 다큐멘터리
2015년 실종 아동의 수는 3만6785명. 이 가운데 319명, 즉 대략 1%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 찾기는 온전히 가족 몫이다.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도 제보해주는 게 감사해요. 일단 보고 신경을 써준다는 그 마음이 고마운 거지. 혜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을 주겠어요.”
‘당신의 작은 관심과 공유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기적을 만듭니다’
이 1%의 기적을 위해 예술가들이 나섰다. 현수막과 전단을 넘어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한 실종아동찾기 운동 ‘파인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여 년 전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가수 솔비는 “몇 년 전부터 한 아이를 찾고 있다는 현수막을 봤다. SNS로 알리면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했고, 뜻을 함께하는 아티스트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상] 가수 솔비의 ‘파인드’ 뮤직비디오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파인드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종 아동을 주제로 작품들을 전시하고 공유를 유도한다. 영화 <설국열차>의 편집감독으로 잘 알려진 최민영 감독은 송혜희 양의 실종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가수 솔비는 직접 가사를 쓴 노래 ‘파인드’를 공개하고 음원 수익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대년 사무차장 역시 웹툰으로 힘을 보탰다. 김 사무차장은 “가족을 상실하는 아픔은 곧 삶의 일부 또는 모든 것이 허물어짐을 뜻한다. 파인드 프로젝트가 단순히 실종가족 찾기 캠페인을 넘어 실종가족 아픔 나누기, 더 나아가 가족사랑 회복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아름다운 운동이 되길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대년 사무차장이 ‘파인드프로젝트‘에 올린 웹툰 <이제 집으로 가자>
현재까지 20여명의 예술가가 프로젝트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심형준 뮤직비디오 감독, 박수환 사진작가, 아티스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스타 코리아’ 준우승자인 구혜영 감독, 가수 리얼스멜 등이 참여한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2~3개월에 한 번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지난 3일 한국전력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기요금 고지서에 실종 아동 찾기 광고(639명)를 발행한 이래 지금까지 111명(17.4%)이 집으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제보가 실종 아동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요즘 SNS 공유 대단하잖아요. 우리들이 갖는 소소한 관심이 부모님들께 큰 도움이 되길 바라요. 우리의 소소한 클릭이 기적을 일으켰으면 해요. 많이 공유해 주세요. 그것뿐이에요”
송혜희 양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최민영 감독의 말이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