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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쟁·차별 없는 세상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같지요”

등록 2016-10-11 19:48수정 2016-10-12 08:27

탈북학생들 찾아온 미국 영화감독

부산영화제 초청받은 그레그 퀘다르
장대현학교 방문해 학생들에 ‘특강’
“영상 위력 깨닫고 대학 그만뒀다”
비빔밥 점심 나누며 ‘꿈과 도전’ 대화
서로 기타 연주하며 노래로 화답
“영화를 잘 만드는 방법을 얘기해 주세요.”(탈북학생) “스텝을 잘 만나야 합니다.”(그레그 퀘다르 감독)

11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에 있는 영호남 유일 탈북학생 대안학교인 장대현학교에 낯선 이방인이 찾아오자 17명의 학생들은 “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레그 퀘다르 미국 영화감독이었다.

그는 지난 6일 개막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패션 부문 9개 초청작 가운데 하나인 <국경수비대> 감독으로 부산에 왔다.

미국대사관의 소개로 장대현학교를 찾아온 퀘다르 감독은 “전쟁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점에서 나의 영화 메시지와 여러 학생들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꿈이었다는 그는 10년 전 대학시절 멕시코 국경을 여행한 뒤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는 회계학 전공을 버리고 영화감독으로 전향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행 도중 비디오를 찍으면서 영상의 위력을 깨닫고 미련없이 대학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내전으로 학살이 자행되던 아프리카 르완다의 평화를 위해 5개 부족을 대표하는 청년 5명이 사이클을 타고 전국을 달린 것을 계기로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6년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라이징 프롬 애쉬스>를 2012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전세계 16개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또 그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 ‘국경수비대’는 멕시코 난민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자신의 대표 작품들을 학생들에게 잠깐씩 보여주며 영화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수업은 애초 낮 12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1시간 예정이었으나 비빔밥을 함께 먹은 뒤 오후 3시까지 계속됐다. 학생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영화 제작 비법과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도 물었다. 또 피디를 지망한다는 남학생이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자 퀘다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도전하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격려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울림을 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여학생에게 그는 “나중에 대학 가서 꼭 만들기를 바란다. 나에게 연락하면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의 질문에 앞서 퀘다르는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한 명씩 설명하도록 했다. 박철민(17)군이 “남과 북의 국민이 함께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항해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졌다.

미국 영화감독과 탈북학생들의 수업은 기타 연주로 끝났다. 퀘다르가 수학교사인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불렀다는 팝송을 기타를 치면서 부르자 박군이 가수 안재욱의 ‘친구’를 연주하면서 노래해 화답했다. 전체 학생들도 따라 불렀다.

퀘다르에게 수업이 끝난 뒤 소감을 물었다. 그는 “학생들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그림 등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조광은(18)군은 “영화감독을 직접 만나서 제작과정을 들으니 신기했다. 마술사가 꿈인데 나도 감독님처럼 나의 꿈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은숙(19)양은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감동이었다. 역시 사람은 만나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대현학교는 목숨을 걸고 탈북한 10대들이 남쪽 학교에서 언어 장벽과 따돌림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며 방황하는 것을 바로 잡아주고 도와주자며 뜻있는 이들이 2014년 3월 개교했다. 학교 재단은 2013년 7월 통일부의 인가를 받았다. 이어 2014년 11월 부산시교육청에서 중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곳의 건물은 독지가가 기증했다. 유급 교사 4명과 전·현직 교사 등 50여명의 전문가가 무보수로 재능기부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정규직 교사들의 인건비와 운영비는 시민 후원금과 음악회 등을 열어 조성한 기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현재 17~23살 17명이 기숙하며 중·고교 과정을 배우고 있는데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2명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좋은 교육프로그램과 교육 여건이 소문이 나 내년도 입학 지원자가 벌써 80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기숙사와 교실 부족으로 22명까지만 받을 수 있다. 장대현학교 교장인 임창호 고신대 교수는 “폐교를 활용해서 남쪽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 하는 탈북학생들을 더 많이 돌봐주고 싶다. 행정당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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