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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명 목숨 잃은 버스 참사, 비상망치 위치만 알았더라면…

등록 2016-10-14 14:49수정 2016-10-17 12:58

차체 긴 대형버스, 중간.뒤 나눠 4개이상 비치 의무
기사는 운행 전 소화기·망치 위치 등 안내방송해야
시외버스와 전세버스 운전자는 운행 전 비상망치 등 안전장비 위치를 승객들에게 안내해야 한다. 한일고속 누리집 갈무리.
시외버스와 전세버스 운전자는 운행 전 비상망치 등 안전장비 위치를 승객들에게 안내해야 한다. 한일고속 누리집 갈무리.
‘비상망치’만 찾았더라면….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언양 분기점 부근에서 관광버스에 불이 나 승객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도로 중앙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는데요, 하나밖에 없는 출입문이 가드레일에 막혀 열리지 않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습니다. 승객 9명과 운전자 등 생존자 10명은 운전석 옆에 있던 소화기로 유리창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합니다.

평소 버스나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좌석 위에 달린 ‘비상망치’를 기억하실 겁니다. 탈출할 때 유리창을 깰 수 있도록 차안에 비치한 안전장비인데요, 왜 이번 사고에서 ‘비상망치’는 무용지물이 되었을까요?

<연합뉴스> 등 언론에 보도된 생존자와 목격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고 직후 승객들은 “비상망치가 어디 있느냐”고 계속 소리쳤지만 안내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버스 안에 전등이 꺼지고 연기가 가득차 시야도 어두웠습니다. 한 생존자는 “그나마 버스 앞부분에 탄 승객은 소화기로 창문 등을 깨고 탈출했는데,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숨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정원 16명 이상이면서 별도의 비상구가 없는 차량 안에는 반드시 4개 이상의 ‘비상탈출용 망치’를 비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상망치’가 달려야 할 위치까지 정해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탈출 방법 등을 적은 표지를 각각의 장구 또는 덮개에 붙이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체가 긴 대형 버스는 중간 좌석과 뒷 좌석에 2개씩 총 4개를 비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관광버스는 울산 태화관광 소속으로 47인승 대형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산 태화관광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버스 내부 사진을 보면 뒷좌석 위에 비상망치가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사고 버스에 실제로 비상망치가 달려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태화관광 누리집 갈무리.
태화관광 누리집 갈무리.
승객 입장에서 자신의 좌석 가까이가 아니라면, ‘비상망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시외버스와 전세버스 운전기사가 운행 전에 승객들에게 사고 시 대처 요령과 비상망치·소화기 등 안전장치의 위치, 사용방법 등을 안내 방송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어길 땐 사업자에겐 과징금을, 운전기사에겐 과태료를 부과하게 됩니다.

과연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걸까요. 이번 사고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4월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에 등록된 전세버스 4000여대를 조사해보니 1083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고 합니다. 차고지 외 밤샘주차가 663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아예 ‘비상망치’를 비치하지 않은 사례도 72건이나 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민간단체를 독려해 안전사항 안내방송을 대체할 동영상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11월 말께 전국적으로 배포가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부디 이번 사고처럼 ‘비상망치’를 애타게 찾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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