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미지의 세계>로 잘 알려진 이자혜(25) 작가가 3년 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행을 모의·방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 작가의 웹툰을 단행본으로 펴낸 출판사 유어마인드는 출판 중단을 선언했다.
이 작가의 성폭행 모의·방조 의혹은 19일 새벽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아무개씨가 실명으로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손이 떨려 친구의 도움을 받아 글을 씁니다”라면서 자신이 좋아했던 ‘웹툰 작가 L씨’에게 19살 무렵 36살의 한 남성을 소개받았고, 이 남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L씨도 알고 있었으며, L씨는 도리어 트위터상에서 자신(이씨)의 실명을 밝히면서 욕을 하는 등 모욕했다고 적었다. 이씨가 말한 L씨는 이자혜 작가다. 이씨는 “L씨가 강간이 일어나기 전에도 계속 이 남자에게 저와 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저에게도 섹스를 하라며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L씨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포도주와 포타주 식사>라는 만화가 나와 이 남자가 만난 이야기”라고도 적었다. 이 작가가 자신과 이 남성을 만나게 한 뒤 성폭행을 모의·방조했을 뿐 아니라 이를 소재로 웹툰을 그렸다는 것이다.
파문이 일자 이 작가는 에버노트라는 메모장을 이용해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2013년 당시 이○○씨와 이 남자의 성적 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미지의 세계>에 섹스 관전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것은 완전히 상상의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섹스를 관전한 적도 없고, 절대로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진짜 남의 섹스를 보고 싶지 않다고요 토나오니까)”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알았으나 이를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위터에서 이씨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욕설한 것에 대해서는 “이○○씨는 제가 이 남자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도, 그와 성적인 관계를 가졌음을 저에게 알렸습니다. 저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노했다는 사실을 이○○씨에게 대놓고 알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수동적 공격성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SNS에 특정 인물을 (익명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알만한 인물을) 지목하면서, 당시의 주관적인 인상을 표현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그것으로 오랫동안 누명 지어질 수 있는 대상들은 어떻게 해명을 할 수 있습니까?”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은 올라온 지 10분도 안 돼 지워졌다. 그 뒤 이 작가는 트위터에 “이○○씨에게 과거의 성희롱 및 욕설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새벽에 올린 글에 대해서는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제가 성희롱 및 성적 모멸감을 느끼게 한 많은 여성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또한 타인에 의해 성폭력을 모의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 사과 드리며 모두 제 잘못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사실상 이씨의 주장을 시인했다.
<미지의 세계> 단행본을 판매 중인 출판사 유어마인드는 이날 “오늘 새벽과 오전 중 트위터 상에 고발되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계정에서 인정한 내용에 따르면 이 만화가 읽히는 것이 피해자에게 반복적이고 추가적인 가해가 될 수 있는 점을 알았다.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는 사실에 취해 신중히 진행하지 못한 점 뒤늦게 반성한다”는 글(
원문)을 출판사 트위터에 올렸다. 출판사는 “오늘부로 현재 예약 판매 중이던 (단행본) 3권의 예약을 중단하고 전체 예약분을 취소 진행하겠다. 또 시중에 판매 중인 1·2권의 재고 수량을 회수해 품절 폐기처리하겠다. 발간 예정이었던 4·5·6권의 추가적인 진행 및 출판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어떤 조치도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트라우마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먼저 최선의 조치를 하고 이후에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현재 통화가 되지 않는 상태다. 이 작가는 <미지의 세계>에서 허영과 욕망을 비판하면서도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이중성을 가식 없이 그린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에 초대돼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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