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단 설립은 문제없다”... 개인비리로 축소 의도
수사 제한 가능성 강제 모금, 재단자금 유용, 설립 절차 문제 등
검찰 수사로 풀어야…문화부 국장 2명도 조사
수사 제한 가능성 강제 모금, 재단자금 유용, 설립 절차 문제 등
검찰 수사로 풀어야…문화부 국장 2명도 조사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누구든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미적대던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재단 설립 배경이나 기금 모금 과정 등에 문제가 없다는 말도 함께 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밝혀야 할 의혹은 우선 미르·케이 재단의 기금 모금 과정에서 기업들에 강제 모금이 이뤄졌는지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설립된 미르와 케이 재단은 두 달여 만에 국내 기업 60여곳으로부터 800억원 가까운 돈을 출연받았다. 통상 3주가 걸리는 재단 설립 허가는 하루 만에 이뤄졌고, 창립총회 회의록은 거짓으로 작성됐다. “정부가 대기업 팔목을 비틀어 모금했다”(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강압적인 방식으로 모금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벌들을 상대로 모금하는 과정에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깊숙이 관여됐고, 그 배후에는 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한 시민단체가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 등으로 안 수석과 최씨 등을 고발한 상태로,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가 수사를 하고 있다.
최씨가 국내외에 개인 회사를 세워, 재단 자금을 유용했는지 여부도 수사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최씨는 지난해 7월 독일에 비덱스포츠라는 회사를 세워 현지 호텔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국내와 독일에 각각 설립했다. 최씨가 기업들에 돈을 걷는 창구로 케이스포츠 재단 등을 이용하고, 비덱이나 더블루케이가 재단의 사업을 맡는 식으로 계획을 짰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기업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케이스포츠재단이 올초 ‘2020 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80억원을 투자하라고 제안했고, 사업 주관사는 독일의 비덱스포츠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설립 과정 등에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씨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조사가 필요하다. 최씨는 재단의 공식 직책은 맡지 않은 채 본인의 지인 등을 이사장으로 앉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각종 특혜가 교육 관련법을 위반했는지도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은 여러 의혹의 핵인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고, 그의 정확한 거주지와 조사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출·입국 사실 확인은 수사의 가장 기초 단계”라며 “검찰이 최씨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르·케이 재단 고발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급 담당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단 설립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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