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미르재단 전 이사장 김형수 연세대학교 교수(왼쪽 사진부터), 김필승 케이스포츠재단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공무원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공동취재사진 anaki@hani.co.kr
김 전 이사장 “학생들에게 부끄러울 것 없다”
검찰, 차은택·최순실씨 개입여부 캐물어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주도한 김필승 이사도 소환
검찰, 차은택·최순실씨 개입여부 캐물어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주도한 김필승 이사도 소환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휴일인 23일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형수 연세대 교수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1일 정동구 케이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도 불러 재단 설립 과정 등을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이날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미르재단 설립과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가 실제 미르재단 운영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오후 1시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김 전 이사장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울 게 하나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가 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월2일 사임했다. 김 전 이사장은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 시에프 감독의 대학원 시절 은사다.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인 이아무개씨는 언론에 차씨가 실제로 미르재단을 운영하며 인사에 개입했고, 그 뒤에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최순실씨가 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또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한 김필승(54) 이사도 불렀다.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은 최씨 모녀 회사인 독일 기업법인 ‘비덱’과 ‘더 블루 케이’에 흘러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를 상대로 재단에 최씨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와 재단의 돈이 최씨 쪽으로 흘러갔는지 여부 등을 캐물었다. 케이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인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는 지난 21일 검찰 조사에서 “재단에 갔을 때 이미 사람들도 다 뽑아놓고 모든 세팅이 끝난 상태였다.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재단의 김필승 이사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 대상에는 케이스포츠재단을 담당했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21일부터 3일 연속 문체부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문체부는 통상 21.6일이 걸리는 재단 설립허가를 이 두 재단에 대해선 불과 하루만에 허가를 내줬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재단 설립 과정에 특혜를 준 것이 없는지 등을 캐물었다. 또 청와대 등 ‘윗선’의 압력이 없었는지 등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에는 두 재단의 설립·모금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실무자들을 불러 청와대 등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두 재단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통화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들 재단의 자금이 최씨 쪽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 추적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 초기만해도 ‘범죄사실이 분명하지 않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지난 21일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누구든 엄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태도가 달라졌다. 현재 이 사건은 부장검사를 포함해 5명의 검사가 전담하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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