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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팥빵 전쟁에까지 뛰어든 ‘빵빵한’ 로펌들

등록 2016-10-23 19:21수정 2016-10-23 22:10

하루 매출 1000만원 ‘서울연인빵’
퇴사자가 개업한 ‘누이빵’ 상대로
간판·인테리어 무단도용 손배소
김앤장-세종, 2년여 대리전 벌여
대법서 ‘연인’쪽 김앤장 3전 전승
사진 민은희 제공
사진 민은희 제공
지난달 21일 단팥빵전문 빵집인 ‘서울연인 단팥빵’의 주인 민은희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6개월을 끌어온 소송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 컸는데, 대법원이 그가 낸 빵집 인테리어 무단도용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단팥빵 소송’은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이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 그동안 자영업자들 사이에 도용·침해 논란이 거듭됐지만 뚜렷한 판례가 없던 ‘주인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상표, 간판, 메뉴, 인테리어 등에 대한 침해 논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민씨는 2013년 5월 서울역에 ‘서울연인 단팥빵’을 개업했다.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가루 등을 사용해 맛을 차별화하고, 매장 전면을 전체개방하고 전면 폭 전체에 매대를 설치하는 등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전략으로 한 민씨의 빵집은 대박을 쳤다. 하루 매출이 100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시청역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가게와 인테리어, 매장배치, 빵의 모양 등이 거의 유사한 빵집이 시청역 역사 안에서 ‘누이애 단팥빵’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었다. 4개월전 자신의 영업점에서 퇴사한 제빵사 김아무개씨가 다른 동업자 이아무개씨와 함께 연 것이다.

민씨는 이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해 매장의 간판, 인테리어 등의 사용금지 및 무단도용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자신이 일본 등을 다니며 1년 넘게 구상하고, 1억여원을 투자해 준비한 차별적 인테리어 등을 김씨와 이씨가 무단도용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단팥빵 소송은 뜻밖에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의 싸움으로 번졌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민씨의 소송대리인으로, 김씨와 이씨의 변호는 개인 변호사와 법무법인 세종이 맡은 것이다.

2015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씨와 이씨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며 간판 등의 무단 사용을 금지하고, 민씨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했다. 단팥빵 소송 1심에서 김앤장이 이긴 것이다.

하지만 이씨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반격에 나섰다. 이씨를 대리한 세종은 민씨의 매장은 일본의 제과점 ‘기무라야’나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기야마’ 등을 차용한 것이거나 관련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형태이고, 이씨가 간판을 바꿔 모방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2심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배기열)도 이씨에게 간판, 인테리어, 포장지 등의 무단 사용을 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액만 5천만원으로 낮췄다. 이에 세종은 굴복하지 않고 상고했으나, 지난달 21일 대법원(대법원 제2부. 재판장 김창석)는 상고를 기각했다.

대형 로펌이 지하철 역 단팥빵 판매업자의 법적 논쟁에 뛰어든 것은 특이한 일이다. 김앤장은 “기존의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연인단팥빵’과 같이 주인이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인테리어 등을 무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례 등에 대해 적용되는 규정이 없었는데, 지난해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설된 제2조 제1호(차)목에 따라 대법원이 내린 최초의 판결이다. 법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민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식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인테리어 등을 무단 도용한 사례는 비일비재하지만 당하고도 엄두를 못내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내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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