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4일 검사들을 추가 투입하고 수사팀 명칭을 새로 붙이는 등 수사팀 재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초기 수사의 핵심인 압수수색에는 나서지 않고 있어 수사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특별수사부 소속 검사
3명을 새로 합류시켰다. 조사 대상에 견줘 수사 검사가 적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검사 수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린 지 사흘 만에 다시 수사팀을 확대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팀 명칭도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으로 새로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의심받는 박헌영 케이스포츠재단 과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과장은 노숭일 부장과 함께 올 1월 케이스포츠재단이 설립될 때부터 최씨의 측근 역할을 하고, 최씨와 함께 독일에 건너가 숙소 등을 알아본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일부터 정동구
케이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 김형수 미르재단 전 이사장, 김필승
케이스포츠재단 이사, 문체부 국장급 간부 등 주요 참고인들을 소환해 재단설립과 운영 과정 등을 조사했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에 따른 것이다.
검찰이 참고인 조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신속한 증거 확보에 필수적인 압수수색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대형비리 사건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자료 등을 확보한 뒤
주요 관련자 소환에 나섰다.
이런 태도는 2014년 말 정국을 강타했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사건 때와 대비된다. 당시 검찰은 고소 접수 사흘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했고, 이틀 뒤 서울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의 경우 고발이 있은 지 6일 뒤 배당이 이뤄졌고, 배당된 지 19일이 지났지만 아직 압수수색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사안의 성격이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속도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현재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만으로는 압수수색에 나서기 어렵고, 현재 강제수사를 위한 범죄혐의를 발견해 가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에 재단 및 최씨 관련 증거들은 폐기되고 있다. 최씨가 사실상 소유한 독일 현지 법인인 더블루케이의 대표가 교체되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페이스북 계정이 삭제됐다. 최씨와 정씨, 차은택씨 등 주요 인물들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상태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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