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기록물관리법’도 위반일 가능성
대통령 재직중 형사소추 안돼…임기뒤 기소 가능
대통령 재직중 형사소추 안돼…임기뒤 기소 가능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순실씨를 언급하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 발언은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범죄 사실을 자백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현직 신분이라 헌법상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임기 중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되거나 기소되지 않겠지만, 그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유출한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는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문건을 최씨에게 넘겼는지, 다른 라인을 통해 넘겼는지 등은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박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범죄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두 가지다. 박 대통령이 2012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최씨에게 넘긴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자료 등은 현재 확인된 것만 44건에 이른다. 이 문건에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내용은 물론 고위공직자의 인사 내용까지 담겨 있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공무상 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는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죄를 말하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후보 시절뿐만 아니라 현직 신분일 때도 일부 자료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광철 변호사는 “유출된 문건 대부분이 국가 주요정책에 관한 것들이고 대부분 집행 전의 구상이라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매우 크다”며 “대통령 취임 이후 최씨에게 연설문 등을 넘긴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최씨에게 건네진 연설문·국무회의 자료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법원은 대통령기록물에 관해 ‘기록물 작성이 완료돼야 하고 원본이어야 한다’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최씨가 사전 열람한 연설문 44건의 최종 완료 여부 등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국가원수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정당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계속했다’는 이유 등으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가 결의된 바 있다. 이번 박 대통령의 경우 사적 관계인 최씨에게 주요 국정현안을 사전에 알려주고 연설문 수정 등의 도움을 받는 등 범죄 위반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씨의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비밀을 유출한 사람은 처벌하지만, 건네받은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으로는 처벌될 수 있다.
최현준 김민경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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