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나라가 사이비 종교 그늘 아래…” 한숨
‘최순실 게이트’로 최순실(60)씨의 아버지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관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KBS(한국방송)가 1975년 최태민이 주최한 종교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56초짜리 영상을 공개해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관련기사 : [영상] 최태민 총재 구국선교단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KBS가 28일 ‘[영상] 최태민 총재 구국선교단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영상은 1975년 5월4일 열린 대한구국선교단 구국기도회를 촬영한 것이다. 영상에서 한 남성이 십자가와 ‘구국기도 대성회’라는 문구가 걸린 연단에서 신도들에게 열성적으로 설교하자 연단 앞에 모인 수많은 신도들은 설교에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일부 신도들은 몸을 떨거나 눈물을 흘렸다.
이날 행사에는 당시 23살의 ‘퍼스트레이디’이던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최태민은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을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로 추대했다. KBS는 “종교에서 시작된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인연”이라고 소개하며 이 영상을 마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행사 이후 대한구국선교단의 종교활동에 자주 등장했으며, 최태민은 1976년 ‘새마음봉사단’을 만들어 박 대통령을 총재로 추대했다. 박 대통령과 최태민은 새마음봉사단을 통해 ‘새마음갖기운동’이라는 전 국민 정신개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사교(사이비종교)적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경악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왜 오래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영상을 이제서야 공개하느냐”며 KBS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대한구국선교단은 최태민이 1975년 4월 만든 종교단체로, 1970년대 초 불교·기독교·천도교 등을 차용해 만든 신흥종교 ‘영생교(또는 영세교)’의 후신이다. 최태민은 영생교(영세교)의 초대 교주다.
KBS는 지난 27일 오후 4시께 39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가 28일 오후 이유를 밝히지 않고 삭제해 누리꾼 사이에서 한때 외압 의혹이 일기도 했다. KBS는 28일 오후 5시께 “원 영상에서 ‘최태민’이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하는 설교자가 최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 내용을 수정해 다시 등록했다”고 밝혔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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