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구의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곤혹스런 표정으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귀국도 극비리에 이뤄졌다.
최씨는 30일 오전 7시38분께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발 브리티시에어라인 항공 비에이(BA)017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종적을 감췄다. 양복 입은 사람 5~6명이 데리고 갔다는 목격담이 나와 한때 ‘검찰 수사관들이 데리고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공식 부인했다. 검찰은 “특별히 나간 직원이 없다. 입국 시 통보 요청에 따라 (최씨가) 비행기 탈 때 알았다”며 “다른 공적인 기관도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20)씨는 귀국하지 않았다. 최씨와 같은 비행기를 탄 조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최씨가 탄 사실을 몰랐다. 입국장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길래 ‘왜 일반인 사진을 찍나’ 생각했는데, 뉴스 속보를 보고 (최씨와) 같은 비행기에 탄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승객이 찍어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최씨는 선글라스를 낀채 패딩코트를 입고 머리는 다소 헝클어진 모습이다. 또 부치는 짐 없이 기내가방 하나만 들고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오전 9시30분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씨는 검찰 수사에 순응할 것”이라면서도 최씨의 건강상태, 시차 적응 등을 감안해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누구랑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다른 의혹 여지는 없다”며 “저희도 사실 최씨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깊이 있게 면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가 머무르는 거처를 찾으려는 기자들과 이 변호사 간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11시30분께 이 변호사가 사무실에서 나와 차량에 오르자 기자들이 일제히 뒤쫓기 시작했다. 쫓는 취재진을 달고 강남 일대를 한 시간 정도 돌던 이 변호사는 돌연 동서울터미널에서 홀로 청평행 버스에 올랐다. 기자들이 청평까지 쫓았고, 이 변호사는 “시선을 끌 필요가 있었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청평에 왔다”며 “아침에 공항에 내가 마중나갔다. 최씨는 현재 서울 모처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변호인과 상의해 검찰 소환 일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지난 7월 독일로 가기 전까지 머물렀다고 알려진 서울 청담동 23층짜리 주상복합 레지던스에는 인기척은 없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해외도피하다 귀국한 국가적 의혹 대상 민간인이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보호받은 채 극비 귀국한 사례가 있냐”며 “여전히 최순실은 비선실세로서의 특권을 맘껏 누리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진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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