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3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핵심 인물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1일 밤 11시57분 긴급체포됐다.
검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미르재단 등의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와 공무상기밀누설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최씨를 이날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각종 혐의를 일체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 이미 국외로 도피한 사실이 있는데다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거주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 일정한 주거지도 없어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 석방할 경우 예기치 못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검찰은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영국에서 전격 귀국한 지 하루 만이며, 최씨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40여일 만이다. 그는 조사실로 향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온 국민의 눈이 쏠린 가운데 검찰의 본격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불법 설립 및 기금 유용 의혹과 케이스포츠재단 자금 국외유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임을 내세워 대기업들을 상대로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미르재단 등에 강제출연하게 하고, 해당 기금을 빼돌려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비로 유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내부 문건을 받아봤는지도 캐물었다.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피시에는 청와대 등과 관련된 문서 200여개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태블릿피시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최씨에 앞서 검찰에 다시 소환된 고영태 더블루케이 상무는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태블릿피시는 내 게 아니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출국금지했다.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 등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업을 상대로 강제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정 전 비서관은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최씨에게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후반 안씨와 정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영지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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