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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풍랑주의보 속 요트체험…20여분 공포에 떤 학생들

등록 2016-11-01 20:33수정 2016-11-02 09:46

선박운항 규제 완화 ‘후폭풍’
‘괜찮을까?’ 김은지(17·가명)양은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비가 내렸고, 무엇보다 파도가 높았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께, 서울의 고등학교 학생들로 제주도에서 수학여행 중이던 김양과 반 친구들 26명은 해안가에 정박한 요트에 올랐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 일정 가운데 하나였던 ‘요트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요트에는 담임교사와 학생들, 선장, 승무원 1명 등 모두 서른명이 탑승했다. 학생들은 모두 선실 밖에 앉았다. 요트가 바다를 향해 나아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친구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친구도 없었다. 파도가 높아 배가 계속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파도가 요트 안으로 들이치기 시작한 것은 출항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파도가 높게 일면서 배가 기우뚱거리는 일도 잦았다. 같은 반 이민석(17·가명)군은 “아이들 대부분이 옷이 다 젖었다. 속옷까지 젖은 친구들도 있다. 한 여자애는 배가 흔들리자 친구를 꼭 붙잡고 떨고 있었다. 그 아이는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파도가 배 안으로 들이치고 배가 일렁이자, 담임교사 ㅎ씨는 선장에게 “운항을 당장 중단하고 배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장은 “학생들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것이냐. 지금 배를 돌릴 순 없다”며 거부했다. ㅎ씨가 학교 쪽에 이런 내용을 알리고, “학생 안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담임인 나에게 있다. 배를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재차 요구하자, 선장은 그제야 운항을 중지하고 배를 돌렸다. 요트 체험은 20여분 만에 끝이 났다.

기상청 통보문을 보면, 이날은 오전 9시부터 제주 앞바다 전역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요트 업체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등록된 곳으로, 그동안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요트 운항이 금지됐으나, 올 초 이 법이 개정되면서 운항이 가능하게 됐다”며 “해양경비안전서에서 실제 기상 상황을 보고 운항을 중지시킬 수도 있지만, 당시 상황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1~2월 유선 및 도선 사업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제주도를 평수구역(기상특보가 발표돼도 선박운항이 가능한 지역)에 포함시켰다. ‘관광수입 창출’과 ‘국민 불편 해소’가 명분이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으나, 이날 요트 체험은 몇몇 학생들에게 공포의 시간이었다. 이군은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 파도에 배가 휩쓸렸거나 누군가 물에 빠졌다면 세월호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아찔하다”라고 말했다. 담임교사 ㅎ씨는 “업체 쪽은 운항을 하지 않으면 돈을 환불해줘야 하니 웬만하면 운항을 하려고 한다. 기상특보 때 운항을 법으로 금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관련기사: [단독] 정부, 세월호 2년도 안 돼 선박운항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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