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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순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한 대통령에 실망”

등록 2016-11-04 16:16수정 2016-11-04 21:09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반응
“책임 회피” 시민들 ‘싸늘’
사회단체들, ‘즉각 하야’ 요구
문재인·이재명도 규탄 한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두번째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대형 텔레비전 화면 옆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걸린 박 대통령 퇴진 요구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ahn@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두번째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대형 텔레비전 화면 옆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걸린 박 대통령 퇴진 요구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ahn@hani.co.kr
“내가 이러려고 코미디언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개그우먼 김미화씨)

“나와 나라의 처지가 불쌍해 펑펑 울고 싶다.”(탁현민 공연기획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국정농단을 최씨와 청와대 일부 참모들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한 박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직장인 강아무개(30)씨는 “최순실씨 개인의 일탈로 혼란스런 정국을 정의 내리는 대통령 모습에 극심한 실망과 좌절을 느꼈다”면서 “검찰에게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회가 요구하는 거국중립총리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모습에도 실망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강씨는 “결국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에 손 떼지 않겠다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하야나 국회의 탄핵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정인(33)씨는 “박 대통령은 자신의 과거사 들먹이며 사과를 했는데, 심정 고백처럼 들렸다”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이 느껴지지 않아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박춘봉(53)씨는 “멘붕에 빠진 정국을 어떻게 수습해보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측근의 잘못으로 인해서 피해를 봤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했다”며 “대통령 스스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는 발언 자체도 부적절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읽어내려가던 중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시민사회에서도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대통령은 당장 하야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남 이야기하듯 하고 제삼자에게 그 탓을 돌리는 평소의 파렴치부터, 사상 초유의 국정붕괴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 나라의 운명을 염려해서라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교만까지 바라보는 것은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성명을 내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고, 별도의 특검법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라”라며 “우리 국민은 이미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었고 앞으로도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선의의 기업들에게 미안하고, 국가를 위해 한 일이라고 했다. 가족도 없어 외로워서 최순실씨와 일을 벌였다는 식으로 변명했다”면서 “그동안 국기 문란 행위와 불법 행위를 비호했는데, 봐주기식 검찰 조사 수용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즉각적인 퇴진이 답”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만큼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했으니,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원칙대로 수사를 받아야 하고 사실관계를 밝혀야 하는 부분이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력 정치인과 유명인사들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 박근혜 대통령 담화를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리 무책임하고, 현실인식이 안이할 수 있는지 비감한 심정이다. 대통령의 담화에는 진정한 반성이 담겨있지 않았다. 사과의 수사로 국민의 동정심을 구하고 있을 뿐이다.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도도한 민심을 개인적 반성문 하나로 덮을 수 없다. 총리 지명을 당장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 중심으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 뒤, 그 내각에 국정운영 권한을 넘기고,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 이것이 저로서도 대통령에게 하는 마지막 요구이다. 대통령이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저로서도 중대한 결심을 더는 늦출 수 없다. 국민과 함께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하야를 거부해 사태를 수습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면서 “(박 대통령이) 끝까지 버틴다면 국민의 힘으로 퇴진시켜야 한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트위터(@mindgood)에 “대통령 사과문을 요약하면 ‘나 정말 잘해 보려고 했다가 그랬는데 한 번만 봐주고, 대통령직은 계속해 먹겠다’는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인데 야당은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하야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트위터(@tak0518)에 “지금의 안보와 경제위기를 만든 지지율 5%의 대통령이, 앞으로 1년 6개월간의 국정을 운영했을 때 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며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펑펑 울었다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말을 듣고 오전 내내 내 나라와 내 처지가 불쌍해서 펑펑 울고 싶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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