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자극으로 뇌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유전자가 처음 발견됐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재섭 교수(생명과학과) 연구팀은 30일 “섭씨 39도 이상 고온에서 작동하는 ‘파이렉시아’라는 유전자가, 고온 자극 때 신경세포가 과민하게 흥분해 뇌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3월호에 발표되며, 31일 인터넷으로 먼저 공개된다.
연구팀은 그동안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형질전환 초파리 2만7천종의 행동을 분석해 파이렉시아 유전자를 발견한 뒤 개구리 알과 사람 세포에서 이 유전자와 단백질의 특성과 기능을 분석했다. 이어 이 유전자의 기능을 증폭한 초파리와 기능을 없앤 초파리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이 유전자가 뇌신경 보호 기능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기능이 약해지면 섭씨 40도 고온에서 몇분 안에 신경 기능이 마비되지만 기능이 강해지면 고온에서도 신경세포의 기능이 정상 작동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되면, 마약 등 극단적 자극에 의한 뇌기능 손상을 막거나 독감 등 열병에 의한 뇌 손상을 막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