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밤 9시 2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 특수2부장실 옆에 딸린 부속실에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웃는 표정으로 비스듬히 서 있다. 오른 편엔 우 전 수석 담당 수사검사와 수사관이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 〈조선일보〉 제공
우병우 ‘황제소환’ 어떻기에
출두 때부터 질문기자 노려보고
수사팀장한테서 차 대접받아
수사관 기립 <조선일보> 사진 보도
변호인은 주머니 손넣은채 껄껄
출두 때부터 질문기자 노려보고
수사팀장한테서 차 대접받아
수사관 기립 <조선일보> 사진 보도
변호인은 주머니 손넣은채 껄껄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가 시작된 지 111일 만에 ‘늦장 소환’을 하고서도, 조사 과정에서 ‘과잉 의전’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이 해명에 나섰으나 ‘황제 소환’이라는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7일 우 전 수석이 검찰에 출석한 6일 밤 9시25분께 서울중앙지검 1108호실 창문을 통해 우 수석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을 보면, 우 전 수석은 자신을 조사하는 김석우 특수2부장실에 딸린 부속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표정으로 비스듬히 서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지 11시간여가 지난 시점이다. 우 전 수석의 옆에는 그를 수사했던 수사검사 한 명과 수사관 한 명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꼿꼿한 자세로 우 전 수석을 바로 보며 서 있다. <조선일보>가 인터넷에 공개한 다른 사진에는, 우 수석이 다가서자 수사검사와 수사관이 벌떡 일어나는 모습과, 우 전 수석의 변호인 곽병훈 변호사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파안대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정수석에서 경질돼 검찰에 출석한 ‘민간인 우병우’의 검찰 내 위세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횡령과 직권남용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고발인을 극진히 예우하는 검찰 태도에 안팎의 비난이 쏟아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과잉 의전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때부터 시작됐다. 우 전 수석은 11층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한 윤갑근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장)을 만나 차를 마셨다. 윤 팀장은 “조사 잘 받으시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출석해 수사팀장을 만나 차를 마시는 피조사자는 극히 드물다.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소환 날짜를 평일이 아닌 일요일로 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의 과잉 의전 비판이 거세자 진화에 나섰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저녁 식사도 못한 상태에서 수사하던 중 김석우 부장검사가 윤갑근 팀장 보고를 위해 밤 9시께 20분간 쉬자며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사진이 촬영됐다”며 “우 전 수석과 변호사, 후배 검사, 수사관이 조사중이 아닌 쉬는 시간에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사진 한장으로 수사 분위기가 단정 지어져 비난받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과 그를 수사하던 검사의 사법연수원 기수 차이가 20년이나 돼, 서로 어색하게 선 채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윤 팀장과 우 전 수석의 ‘차담’에 대해서도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전·현직 차관급 관료일 경우 조사 전 차를 마시는 경우가 있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도 조사받으러 왔을 때 윤갑근 팀장과 차를 마셨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직원은 “검찰 출신이 조사받으러 오면 차 한잔 하고 시작하는 관례가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이었다면 조심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최현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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