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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님들은 국민연금 못 타나요?

등록 2016-11-08 05:00수정 2016-11-08 09:54

[밥&법] 성직자와 공적 노후복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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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현상은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조계종의 65살 이상 승려 수는 2011년 1438명에서 2015년 2140명으로 급증했다. 어림잡아 고령화율이 16~18%로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건 대다수 스님들이 노후복지의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신부님과 목사님들은 또 어떤 상태일까? 성직자 노후복지 실태와 해법을 짚었다.

선승·학승 등 상당수
사실상 은퇴하면 생활수단 막막
10명 중 7명 “노후 불안”
건강·주거·낮은 소득 걱정

사찰이 돌봐주던 풍토 바뀌어
고령 스님 빠르게 늘어 심각

대해 스님(51·비구니)은 강원도 양양의 한 ‘토굴’에서 나 홀로 산다. 이태째다. 토굴은 민가를 개조한 암자를 가리킨다. “속가 형제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마련했다”고 한다. 스님은 이따금 서울 등지로 출타한다. 강의를 위해서다. 스님은 “난 거처도 있고, 강의로 생활비도 버니 아직은 괜찮은 편”이라고 말한다. “은퇴한 뒤 머물 곳이 없어 전전하는 스님들에 비하면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더 늙고 혹 병이라도 들 때는?” 이런 물음엔 스님도 딱히 해답이 없다. 유일한 안식처이자 수행처인 ‘토굴’ 외에 딱히 노후준비라고 한 게 없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스님은 두 달 전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아 처음으로 보험료를 냈다. 공단은 스님의 신분을 고려해 월 2만5200원의 최저보험료를 책정했다. 앞으로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면 스님도 국민연금을 탈 수 있다. 스님은 “한결 든든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후일 스님이 받을 국민연금은 노후생활을 하기엔 턱없이 적다. 기껏해야 10만원 남짓의 금액으로 추정된다. “아플 땐 어떻게 하냐”고 묻자, 스님은 “속가 언니가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려놓아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3년 출가한 스님은 2000년대 중반 중국에서 불교학 석사과정을 밟는 등 대체로 학승으로 지냈다. 2014년 이후에는 “특별한 소임이 없어” 사실상 ‘조기 은퇴생활’을 하고 있다.

■ 조계종, 내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조계종은 내년 1월부터 소속 스님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한다. 종단이 지원하는 연금보험료는 월 3만6천원이다. 종단 소속 스님들의 월평균 소득을 40만원으로 산정해 9%(지역가입자 보험료율)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종단은 재정을 살펴 내년엔 이 중 30%인 1만800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2018년엔 50%인 1만8천원, 2019년부터는 보험료의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재원은 종단과 각 교구본사가 반반씩 나눠 부담한다. 지원 대상은 60살 이하의 국민연금에 가입된 종단 소속 스님들로 연금 제도상으로는 지역가입자다. 대해 스님도 대상자여서 신청만 하면 보험료 부담을 덜 수가 있다. 다만, 대학 등에서 교직을 맡고 있거나 복지관 등의 대표를 맡아 정기급여를 받는 직장가입자인 스님들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조계종이 이런 지원에 나선 배경은 명확하다. 우선 65살 이상 고령 스님의 수가 해마다 느는데다 이들의 노후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7일 조계종 통계자료를 보면, 65살 이상의 스님은 지난 2011년 1438명이었다.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 2015년 말 현재 2140명으로 늘었다. 종단에 등록된 승려의 수를 어림잡아 1만2천~1만3천여명으로 볼 때 65살 이상 고령 스님 비율은 16~18%에 이른다. 조계종은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살 노인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 14%)를 이미 넘어 초고령사회(고령화율 20%)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 스님들 ‘저출가 고령화’…노후대책 무방비 더 심각한 건 고령 및 은퇴 스님들의 상당수가 노후복지의 사각지대에 이미 놓여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고경환 연구위원이 65살 이상인 조계종 승려 1839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준비를 하는 게 있느냐”는 물음에 비구와 비구니 각각 “없다”고 답한 비율이 67.8%와 65.2%에 이르렀다. 10명의 스님 중 7.6명(76.1%)이 “노후생활을 염려한다”고도 응답했다. “노후에 가장 불안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비구는 건강(53.7%), 주거(14.0%), 낮은 소득(11.6%)의 차례로 답했고, 비구니는 건강(76.1%), 수행 약화(7.3%), 낮은 소득(4%) 순으로 답했다.

불광사 불광연구원의 서재영 연구위원은 “특히 수행과 공부에만 정진해온 선승과 학승들이 노후준비에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조계종 승려복지회의 박종학 사무국장은 “종단의 보직을 맡은 스님 중에도 노후준비가 확실히 돼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스님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여전히 교구본사나 개별 사찰에서 노스님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 한 종단 관계자는 “이런 모습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찰의 경제력에 따라 노후보장 수준이 천양지차이고, 이런 풍토도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한 스님은 “일부 일탈 승려를 제외하고 승려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노후에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소임이 없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고, 승려 간에도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계종은 2011년 승려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자체적인 승려 노후복지체계를 갖추려고 시도한 바 있다. 이 법에 “수행과 포교활동에 진력할 수 있도록 수행연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2014년 4월부터 65살 이상 승려에게 월 20만원의 ‘수행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과 그해 7월 정부가 도입한 기초연금을 이유로 이를 전면 백지화했다.

■ ‘공적복지 시스템’ 소외된 성직자들 스님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은 조계종이 향후 승려 복지의 방향을 먼저 국민연금 등 공적 복지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짜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계종은 이미 2014년 승려복지법을 고치면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공적복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지난해 4월부터 1인당 월 2만원 범위 안에서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기초연금도 적극적으로 신청하도록 독려해왔다. 또 2016년 현재 요양등급을 받고 종단이 지정한 노인장기 요양기관에 입소하면 월 50만원 안팎에서 본인 부담 요양비를 지원하고 있다. 병·의원에서 입원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으면 본인부담금과 선택진료비도 지원한다.

사실 스님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국가에서 실시하는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대상이다. 엄연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5대 사회보험은 물론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제도 등을 통해 복지 혜택을 누릴 권리와 자격이 있는데도 일부 스님을 제외한 다수 스님은 이런 공적복지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조세를 통해 재원이 마련되는 사회수당적 성격의 기초연금은 2016년 기준 소득인정액이 단독가구 100만원 이하의 조건을 충족하면 스님도 별다른 기여 없이도 65살이 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은 만 18살 이상 60살 미만의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지만 많은 스님은 납부예외자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사실상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고경환 연구위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구의 30.8%와 비구니의 27%만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 국민보다 12~15%가량 적은 수치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이도 비구의 64.3%와 비구니의 78.9%에 그쳤다. 일반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이런 원인에 대해 승려복지회의 박종학 사무국장은 “연금 등 복지제도에 대한 스님들의 낮은 이해, 스님이 수행만 잘하면 되지 노후를 왜 걱정하느냐는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진 탓”이라고 말했다. 보험료에 대한 부담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고경환 박사의 설문조사에서 스님들은 “보험료가 부담되어서”(34%)란 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제도를 몰라서”(23.7%),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20%) 등이 뒤를 이었다.

■ 재산·소득 불투명 과제…종단 차원 대응 나서야 승려 노후복지에 대한 종단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대처와 종단에 대한 스님들의 불신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승려복지회는 올해 들어 각 교구본사를 다니며 내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주겠다며 스님들의 보험료 신청을 독려했지만 10월 말 현재 스님 100여명만 신청했을 뿐이다. 연금 가입이 가능한 스님이 대략 6천여명인 걸 고려하면 너무나 신청자가 적다. 소득 신고에 대한 일부 부유층 승려를 비롯한 스님들의 거부감도 중요 요인이란 지적이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은 보험료를 부과할 소득을 토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수행과 교화를 위해서 갖춰야 할 스님의 태도로 청빈과 무소유를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이 보장되지 않거나 노후복지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모든 스님이 변칙적인 방법에 따른 재산 축적 등 일탈 없이 이런 태도를 견지하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7일 사찰 관련 사이트 ‘사찰넷’을 접속해보니 암자와 포교원 등 사찰을 사고파는 사찰 매매 글이 수없이 게재돼 있는 건 이를 방증한다.

윤승용 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성직자 노후복지는 청정 종단을 만드는 첩경으로 승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공동체 문제”라며 “일반 사회복지의 주체가 정부이듯 승려 노후복지는 종단이 주체적으로 나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들에 대한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이 바로 그 출발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승려 노후복지의 실질적 반석이 되려면 종단 차원의 지원금 확대, 스님들의 폭넓은 관심과 신청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조언이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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