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중국에 도피해 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8일 밤 10시10분께 전격 귀국했다.
차씨는 중국 칭다오에서 이날 밤 8시에 출발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 기자들을 만나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제가 물의를 일으켜서 너무나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차씨는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답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잘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조금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차씨는 그동안 중국 상하이와 칭다오에 있었으며, 일본에 1주일 전에 잠시 다녀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차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차씨는 2014년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의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문화계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을 통해 문화-체육 분야의 이권을 챙기는 과정에서, 문화계를 잘 아는 차씨가 최씨를 대리해 여러 국정농단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차씨가 본인이 운영하던 광고회사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하고 측근들과 모의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일단 체포영장에 공동강요 혐의 등을 적시했고, 향후 조사를 통해 추가 혐의를 밝혀낼 방침이다.
유명 광고감독이던 차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2014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2015년) 등을 역임하며 문화계 유력 인사로 급부상했다. 거액의 예산이 책정된 정부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광고업체를 통해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쓸어담는 등 불법·편법으로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씨가 지인들을 정부 고위직에 앉히고 이를 통해 정책 특혜를 받은 의혹도 나온다.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광관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숙명여대 교수), 차씨가 '대부'로 여긴다는 제일기획 임원 출신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대표적인 차씨 인맥이다.
차씨는 최씨 주재로 국정을 논의했다는 '비선모임'의 핵심멤버로 활동한 것으로알려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방관했다는 의혹을 밝혀줄 인물로도 주목받는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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