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씨가 8일 밤 입국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순실과 관계엔 “검찰서 말할 것”
안종범 질문엔 “조금 알고 있다”
우병우가 뒤 봐준다는 의혹은 부정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차은택 광고감독이 8일 귀국해 검찰에 체포됐다. 차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최순실씨에 대한 질문에는 모두 “검찰에서 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차씨는 밤 11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에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다 말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검찰은 차씨를 상대로 밤샘조사를 벌였다. 차 감독은 8일 저녁 8시 중국 칭다오를 출발해 이날 밤 10시10분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그는 취재진 앞에서 시종 울먹이며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평소 쓰던 흰 테 대신 검은 테의 안경과 짙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차 감독은 국정농단 의혹을 묻는 질문에 “진심으로 제가 물의를 일으켜드려 너무나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과는 “그냥 좀 안다”고 답했고, 통화하거나 만난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네네”라고 간단히 답변했다. 다만 차 감독은 최씨와의 관계를 비롯한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최씨와 무슨 관계인지 취재진이 질문하자 “질문하신 부분은 검찰에서 진실되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라고만 답했다. 그동안 제기된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을 동원한 광고회사 강탈의혹, 문화체육계 인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검찰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특히 대통령과의 개인적 만남을 묻는 질문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번 뵈었지만 개인적 만남은 전혀 없다”며 대통령 독대를 부인해 온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밤 11시20분께 조금 차분해진 표정으로 검찰에 도착한 차씨는 ‘최씨와의 관계’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의 관계’ ‘비선 회의에 참석 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모두 “검찰조사에서 성실히 응하겠다”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차 감독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점이 된 미르재단을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브라운아이즈, 이효리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현 정권 들어 문화계 ‘비선 실세’로 떠올랐지만 결국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이 되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방준호 김민경 기자 whorun@hani.co.kr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중국에 도피중이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8일 밤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다 울먹거리고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순실·안종범 등과 함께 국정농단 핵심 꼽혀
인사개입, 광고수주 등 불법행위 의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중국에 도피해 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8일 밤 전격 귀국했다. 검찰은 공항에서 곧바로 최씨를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차씨는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함께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로 꼽혀왔다. 정부 인사 개입은 물론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문화 관련 정책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공공기관의 광고를 싹쓸이하는 등의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차씨를 체포하면서, 그동안 체육 분야 국정농단에 견줘 느리게 진행되던 문화 분야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이날 “차은택씨가 중국 칭다오에서 저녁 8시 비행기를 탔고, 인천공항에 저녁 9시40분 도착했다”며 “차씨를 공항에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차씨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 제기되던 9월말 중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차씨가 본인이 운영하던 광고회사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하고 측근들과 모의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일단 체포영장에 공동강요 혐의 등을 적시했고, 앞으로 조사를 통해 추가 혐의를 밝혀낼 방침이다. 유명 광고감독이던 차씨는 2014년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문화계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됐고, 지난해에는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차씨가 주도한 사업에 관광진흥개발기금 145억원을 내줬고, 차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광고기획사 ‘더플레이그라운드’ 등 관련 업체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정부기관과 케이티(KT) 광고를 싹쓸이했다. 차씨가 지인들을 정부 고위직에 앉히고 이를 통해 정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차씨의 대학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됐고, 그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씨가 ‘대부’로 여긴다는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됐다. 문체부 안에선 “사업 지시가 내려오면 차은택 감독을 찾아가 먼저 상의하고, 이 사실을 말하면 윗선에서도 별 토 다는 일 없이 결재가 되곤 했다”는 관료들의 전언들이 나왔을 정도로 그가 문화계에 미친 힘은 막강했다. 차씨는 최씨 주재로 국정을 논의했다는 ‘비선모임’의 핵심 멤버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활동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명함을 활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이날 검찰은 최씨가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공모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 기업에서 774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뇌물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뇌물죄 구성요건에 맞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 부분은 뇌물로 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검찰은 또 청와대 문서 유출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 아닌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현준 김민경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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