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입맡은 회사간부가 친구동거녀 이름으로 ‘작업’
한 명이 앉을 만한 넓이의 땅인 0.2평으로 무려 7억8천여만원을 챙긴 ‘알박기’ 투기범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김아무개(43)씨는 2002년 9월 서울 을지로 7가 1200여평의 땅에 지하 5층, 지상 12층의 쇼핑몰을 짓던 ㅂ사의 관리운영 이사로 일하며 토지 매입을 맡았다. 그러다 쇼핑몰을 지을 땅의 거의 한가운데에 세모꼴의 0.2평짜리 땅을 발견했다. 땅은 이미 숨진 박아무개씨의 이름으로 돼 있었으나 상속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김씨는 수소문 끝에 숨진 박씨의 아들을 10월께 찾아냈고, 상속등기를 하게 한 뒤 그에게 2300만원을 주고 땅을 샀다. 박씨의 아들은 뜻밖의 목돈에 주저없이 계약했고, 김씨는 땅을 친구의 동거녀 이름으로 등기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돼 있으면 쇼핑몰 사업자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뒤 김씨는 다른 김아무개씨에게 ㅂ사의 쇼핑몰 개발계획서를 보여주면서 “ㅂ사에 10억원 정도에 팔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며 5억원에 팔았다. 그러고는 ㅂ사의 사장에게 “0.2평짜리 땅의 소유자가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 땅을 팔지 않겠다고 큰소리친다”고 했다. 사장은 0.2평 때문에 사업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어 2003년 1월 8억500만원에 살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조영곤)는 김씨를 부당이득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김씨는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3일 같은 쇼핑몰을 짓는 땅에서 3~24평의 땅을 17억9천만원에 산 뒤 54억1천여만원에 판 김아무개(74)씨 등 2명을 구속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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