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호성 최순실에 이중잣대 논란
연설문 등 최종본 아니란 이유로
“대통령기록물법 적용 어려워”
‘정상회담 회의록’ 기소 때와 딴판
연설문 등 최종본 아니란 이유로
“대통령기록물법 적용 어려워”
‘정상회담 회의록’ 기소 때와 딴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적용이 어렵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기존 판례에 비춰 보면,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 대부분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검찰은 과거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나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에서는 작성이 완료된 원본이 아니더라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판단해 유출자를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피시에 담긴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 200여개 파일 중 최종본은 1~2건에 불과하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파일 200여개 중 문건은 40~50여건이고, 대부분 미완성이거나 청와대 내부 전산망에 등록될 때 부여되는 공식 문서번호가 붙지 않은 것”이라며 “대통령기록물법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닌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경우 비밀이 담긴 문건을 유출한 이는 처벌할 수 있지만 건네받은 경우는 처벌하기 어렵다. 결국 최씨가 해당 혐의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검찰은 두 차례나 원본이 아닌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기소한 바 있어, 최근 보이는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2015년 박관천 전 경정이 유출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첩보 보고서를 대통령기록물로 봤고, 2013년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기소했다. 법원은 두 사건 모두 1·2심에서 검찰이 적용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두 사건 모두 판결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검찰은 현재 태블릿피시 이외에 청와대 자료가 넘어간 것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이 30㎝에 이르는 청와대 보고자료를 최씨의 사무실에 들고 나와 최씨와 함께 검토했다”고 증언했고, 2014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실이 작성한 ‘체육특기자 입시비리 근절방안 보고’ 자료 등도 청와대를 통해 최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현직 판사는 “검찰이 그동안 취했던 태도대로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기소하는 게 맞겠지만, 이미 법원에서 엄격한 판단 규정이 나온 바 있어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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