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안봉근 검찰 소환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안봉근(왼쪽)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가운데) 전 총무비서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구속중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이 이날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검 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공동취재사진
최순실에 문건 유출 모르기 힘들어 안봉근은 외부인 청와대 출입 담당
최순실 검문 없이 통과 도운 혐의 여야 합의 특검법 ‘3인방’ 조준
국정농단 개입 피해가긴 힘들 듯 안 전 비서관은 이날 검찰 출석 예정 시간보다 30분 빠른 오전 9시3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포토라인도 무시한 채 ‘최순실씨와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기자들 질문에 “올라가서 검찰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10시24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총무비서관 역시 ‘청와대 문건 유출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냐’ 등의 기자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라며 조사실로 향했다. 이들은 지난 6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비서관처럼 연설문 등 청와대 문서를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재만 전 비서관이 청와대 전산시스템을 총괄하는 책임자였기 때문에 문건 유출에 깊게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을 상대로는 최씨가 공식적인 절차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문서가 다량 발견된 최씨의 태블릿피시(PC)에서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세 사람이 함께 쓴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 계정(greatpark1819)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은 박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대구 달성군)에 당선된 1998년부터 지금껏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한 탓에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 인물들로 꼽혀왔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지금껏 드러난 사실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공적인 보좌시스템보다 몇몇 친분과 조언 관계로 얽힌 사적이고 내밀한 통로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했다. 검찰 처지에선 이 내밀한 통로의 ‘출구’이자 ‘입구’인 3인방의 입을 여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비밀누설 혐의 외에 국정농단과 관련해 언론에 제기된 다른 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더구나 이날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별도 특검법은 이들 ‘문고리 3인방’을 명확한 수사 대상으로 지목해 길고 험난한 수사 여정을 예고했다. 이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인사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사석에서 “대통령 최측근은 매우 위험한 자리”라는 한 지인의 충고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교도소 갈 일 없다. 누구보다 깨끗하다”고 답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과거 측근들처럼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염두에 둔 말이었지만, 그 자신도 당시엔 금품수수보다 훨씬 더 심각한 ‘헌정파괴’와 ‘국정농단’ 혐의에 휘말릴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때 청와대 안팎에서 “3인방이 생살이라면 최순실은 오장육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내밀했던 박근혜식 정치의 상징이자 근간이 전부 법의 심판대 위에 오른 셈이다. 김민경 서영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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