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저녁 안암역서 5살 아이 구해
지하철 들어오는 신호가 울리는데 한 어린이가 철로에 떨어진 아찔한 순간, 고등학생이 뛰어내려가 아이를 구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김대현(16·서울디지텍고 2)군은 3일 저녁 8시께 서울 지하철 6호선 안암역에서 응암 방면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건너편에서 5살쯤 된 남자 어린이가 철로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곧바로 뛰어들어 이 어린이를 구해냈다. 당시 역에는 봉화산 방면 열차가 들어온다는 신호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신호 뒤 열차가 승강장에 다다르는 시간은 길어야 20~30초. 김군은 5초 만에 어린이를 구해 잽싸게 승강장으로 올라왔다. 안암역 관계자는 “조금만 늦었어도 큰 사고가 벌어질 만큼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엄마랑 1m쯤 떨어져 걸어오던 꼬마가 안전선 안쪽을 들여다보다 철로로 떨어졌다”며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빨리 구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군이 어린이를 구해내자 응암 방면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20~30명이 모여들었고, 당황한 아이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만 남긴 채 바삐 사라졌다.
이날 김군은 고려대 앞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한 뒤 친구 정현모(16)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정군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이 벌써 대현이가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에 대해 “내가 아니었어도 현모가 구했을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김군은 “신문·방송에서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한 뉴스를 보았을 때 ‘와~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며 “그저 어리벙벙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처음에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 무조건 뛰어들면 어쩌냐고 걱정하셨지만 이내 좋은 일 했다고 칭찬해 주셨다”며 웃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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